시범경기이긴 하지만 1군 데뷔포였다. 하지만 나원탁(24·롯데)은 만족 대신 "이런 경기 다시는 안 해야겠다"고 반성했다. 포수로서의 책임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롯데는 17일 수원 kt위즈파크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시범경기 kt전을 17-10으로 승리했다. 3-8로 뒤진 5회 7안타 5볼넷을 묶어 대거 11득점, 승부를 갈랐다. 비록 마운드가 15안타 8사사구를 허용했지만 타선의 힘으로 극복한 경기였다.
포수 나원탁도 타석에서 활약했다. 이날 시범경기 두 번째 선발출장한 그는 5타수 2안타(1홈런), 2타점,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이날 2루타와 홈런을 때려내며 안타 두 개 모두 장타로 장식했다. 특히 15-10으로 앞선 8회 바뀐 투수 심재민 상대로 때려낸 솔로포가 백미였다.
지난해 삼성에 2차 2라운드로 지명된 나원탁은 첫해부터 12경기에 출장하는 등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강민호가 롯데에서 삼성으로 이적하며 보상선수로 롯데에 향했다. 지난해 퓨처스리그에서 5홈런을 때려냈지만, 1군에서는 정규시즌과 시범경기 모두 홈런이 없었다. 이날 홈런은 나원탁의 1군 무대 첫 아치였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나원탁은 "1군 첫 홈런이다. 캠프 때부터 코치님들이나 선배님들이 '여러 가지 노리지 말고 하나만 공략하라'고 조언했다. 대기 타석에서 투수 던지는 걸 보면서 빠른 카운트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는 볼카운트 1B에서 2구째를 받아쳐 담장을 넘겼다. 그는 "내 스윙을 다 돌렸다. 중심에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맞는 순간 감은 왔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표정이 밝진 않았다. 그는 "실점이 많아서 아쉽다. 초반에 포수로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투수 선배들을 힘들게 했다"라고 자책했다. 나원탁은 1회 황재균 타석에서 한 차례 폭투를 범했다. 2루에 있던 윤석민이 3루까지 향했고, 유한준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안 줘도 될 점수'를 준 셈이다. 나원탁은 "다시는 이런 경기 해선 안 된다"고 반성했다.
롯데는 강민호 이적으로 안방이 무주공산이다. 나원탁과 나종덕, 이른바 '나나랜드'는 물론 김사훈 등이 포수 후보군이다.
실제로 조원우 롯데 감독은 시범경기에서 이들에게 균등한 시간을 분배하고 있다. 조 감독은 "젊은 포수들이지만, 본인들이 고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흔히 야전사령관이라고 하지 않나. 투수 형들이 포수를 믿고 던지도록 소통과 호흡해야 한다"고 밝혔다. 늘 선수를 믿는 조원우 감독 특성도 드러났다. 그는 "결과를 가지고 가타부타 얘기하지 않겠다. 과정이 중요하다. 젊은 포수들이 (강)민호만의 데이터를 1~2년 안에 따라잡을 수 없다. 하지만 점차 나아질 거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경쟁에 놓인 상황. 하지만 이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거인 군단 안방을 차지하게 된다. 나원탁은 "결정은 감독님께서 하시겠지만 욕심은 난다. 욕심내지 않는다면 야구 그만둬야 한다"고 패기있게 말했다. 이어 그는 "순조롭진 않다. 보여준 게 없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 발판 삼아 더 좋은 모습 보이겠다"라며 "내게 기대하는 건 타격이 아니다. 앞으로 완봉 경기를 만들 때까지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ing@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