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의 투지와 용병술도 빛을 발했지만, 승자는 그래도 흔들리지 않은 한국도로공사였다.
정규시즌 1위 한국도로공사는 23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도드람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IBK기업은행과의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로 이겼다. 3세트부터 기업은행의 반격이 거셌으나 결국 5세트에서 대역전승을 거두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약팀의 경우 이런 물결에 그대로 휩쓸리는 경우도 있지만 도로공사는 끝내 승리를 쟁취했다.
도로공사의 객관적인 전력이 좋다는 것은 정규시즌 성적이 말해주고 있었다.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 덕에 주축 선수들이 쉴 시간도 벌었다. 30대 선수들이 많은 도로공사로서는 긍정적인 대목이었다. 다만 IBK기업은행의 기세, 그리고 열흘 정도의 실전 공백이 걱정이었다. 자체 연습경기를 하기는 했지만 긴장감은 엄연히 달랐다. 출발이 꼬이면 시리즈 전체가 꼬일 가능성도 있었다.
실제 1세트는 팽팽했다. 하지만 세트 막판 이바나가 폭발하며 기업은행의 기를 꺾었다. 긴장을 푼 도로공사는 2세트에서 기업은행에 완승했다. 큰 공격은 물론 세트 플레이까지 무난하게 풀어나가며 기업은행을 따돌렸다. 이바나는 물론 박정아가 반대편에서 강타를 터뜨리며 기업은행의 블로킹 벽을 뚫었다. 레프트 문정원이 평소보다 다소 저조한 모습을 보였으나 공격 성공률에서 확연히 앞섰다.
3세트에는 시험대에 올랐다. 기업은행은 김희진을 라이트 포지션으로 돌리며 공격력 강화를 꾀했다. 대성공이었다. 메디와 김희진이라는 양 날개가 살고, 견제가 헐거워진 김미연까지 공격에 가세했다. 도로공사도 추격전을 벌였으나 결국 셧아웃의 꿈은 날아갔다.
4세트도 역전패했다. 이효희는 17-17에서 재치 있는 2단 공격과 서브 득점을 연거푸 성공시키며 팀에 결정적인 득점을 안겼다. 그러나 해결사 싸움에서 메디를 앞세운 기업은행에 밀렸고, 결정적인 범실까지 나오며 4세트마저 뒤집혔다. 이제 기세를 탄 쪽은 기업은행이었다. 이 경기는 물론, 시리즈 전체를 봐도 기업은행의 기를 꺾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5세트도 팽팽했다. 6-6까지 맞섰다. 그러나 이바나의 공격 성공률이 떨어지며 11-14까지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이날 부진했던 문정원의 강서브가 통한 끝에 14-14 동점을 만들며 기사회생했다. 이어 15-15에서 박정아가 귀중한 한 방을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고, 메디의 범실로 짜릿한 승리를 마무리했다.
믿을 수 없는 승리였다. 선수들도 큰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력에서 보완점은 있었으나 어쨌든 단기전은 이기는 것이 중요한 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도로공사는 1차전에서 좋은 예방주사를 맞았다고도 볼 수 있다. 이바나의 부진은 조금 아쉽지만, 박정아가 27점에 공격 성공률 49.01%로 분전했다는 점은 긍정적이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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