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시즌 개막전 첫 이닝이었다. 하지만 아직 143경기가 남아있음을 고려하면 좋은 예방주사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조원우 롯데 감독은 2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를 앞두고 선발 라인업을 공개했다. 그런데 유독 하위 타선을 이야기할 때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 이날 하위타선에서는 두 명의 신예급 선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3루수 한동희, 그리고 9번 타순에 위치한 포수 나원탁(24)이었다. 두 선수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은 마음이 잘 묻어났다.
롯데의 오프시즌 최대 화두는 포수 문제였다. 10년 넘게 팀 안방을 든든하게 지킨 강민호(삼성)가 지난겨울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팀을 떠났다. 강민호 의존도가 컸기에 당장 팀에 1군 백업 경험이 많은 포수조차 드물었다. 조 감독도 나원탁 나종덕 김사훈 등을 놓고 저울질을 계속했다. 확실히 치고 나간 포수는 사실 없었다. 하지만 개막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주전 포수는 정해 둘 필요가 있었다. 나원탁이 그 기회를 먼저 받았다.
홍익대를 졸업하고 2017년 삼성의 2차 2라운드(전체 19순위) 지명을 받은 나원탁은 지난해 12경기에 뛴 것이 1군 경력의 전부다. 그럼에도 강민호의 보상선수로 올해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롯데의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조 감독은 “아직 연차가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이라 긴장이 될 것이다. 자신감 있게, 당차게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나 역시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만원 관중 앞에서 맞이하는 개막 선발은 누구에게도 힘들었다. 자신의 자리가 확실하지 않은, 매 경기가 주전 경쟁인 선수에게는 더 그랬을 터다. 나원탁도 1회 크게 고전했다.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수가 속출했다.
1회 무사 1루에서 정진기의 도루 때는 2루 송구를 투수 듀브론트에게 던져 모두를 당황케 했다. 자칫 잘못하면 듀브론트가 다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미 타이밍이 늦은 상황에서 공이 잘 빠지지 않았다. 최정 타석 때는 폭투가 나왔다. 다소간 사인미스의 감도 있었으나 어쨌든 두 번의 상황은 가뜩이나 긴장한 나원탁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하는 요인이 됐다.
듀브론트의 제구도 좋지 않아 커브가 원바운드 공으로 들어오기도 해 나원탁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다. 블로킹은 물론 포구 자체도 경직된 모습이었다. 그렇게 나원탁은 2실점을 하는 동안 1회에만 40개의 공을 받아야 했다. 호된 1이닝이었다.
하지만 듀브론트가 점차 안정을 찾아가면서 나원탁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1회 미리 어려운 성황을 겪은 것이 좋은 약으로 작용한 듯 했다. 2회 이후로는 확실히 나아진 모습이었다. 특히 2회에는 스스로 적시타를 치며 기분을 살렸다. 3회 팀이 역전에 성공하면서 심리적으로 더 편해질 수도 있었다. 이후로는 수비에서 큰 실책 없이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블로킹은 단단했고, 더 이상의 실수는 나오지 않았다.
포수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완성되는 포지션이 아니다. 최근 아마추어 포수들의 기본기를 생각하면 더 그렇다. 물론 그 시행착오를 얼마나 줄여나가느냐에 따라 1군 주전포수가 될 수도, 다시 주전 자리를 내놓을 수도 있다. 나원탁이 일단 출발점에서 발을 뗐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