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머리카락과는 작별을 고했다. 복귀전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광현(30·SK)이 경기 내·외적으로 홀가분한 하루를 보냈다.
김광현은 25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롯데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동안 78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승리를 따냈다. 최고 152㎞의 강속구에 고속 슬라이더를 섞어 롯데 강타선을 틀어막았다. 팀도 김광현의 호투를 앞세워 롯데와의 개막 2연전을 모두 잡고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복귀전도 의미가 있지만, 김광현에게는 또 하나의 이벤트가 있는 날이었다. 바로 1년의 재활 기간 중 기른 머리를 잘랐다. 김광현은 이 자른 머리를 소아암 환우를 위해 기부하기로 했다.
소아암은 대개 강한 항암 치료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힘든 과정이다. 이에 가발을 쓰기도 하는데 많은 이들이 가발 제작에 필요한 머리카락을 기부하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정 수준으로 머리카락이 길어야 함은 물론, 염색이나 파마도 하면 안 된다. 손상이 된 머리카락은 가공 과정에서 끊어지는 일이 많아서다.
김광현은 재활을 시작하자마자 머리를 길렀다. 평소에도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다. 사실 처음부터 모발 기부를 염두에 둔 것은 아니었다. 재활 과정에 전념하는 일환으로 그냥 자르지 않고 기르다 보니 장발이 됐다. 올 시즌이 시작하면 자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트레이 힐만 감독이 김광현의 긴 머리를 보고 아이디어를 줬다.
어차피 자를 것, 김광현도 이 좋은 뜻에 동참하기로 했다. 만약 김광현이 자신만 생각했다면 더 일찍 잘라야 했다. 너무 긴 머리카락이 투구에 방해가 되기도 했기 때문. 그러나 김광현은 모발 기부에 대한 뜻으로 약속을 지켰다. “첫 등판이 끝난 후 자를 것”이라고 공언했던 김광현은 25일 경기 후 퇴근길에 집 근처 헤어샵을 찾아 머리를 잘랐다. 머리카락은 좋은 일을 위해 쓰인다.
김광현은 팬들의 동참도 당부한다. 모발 기부는 사실 보편적으로 알려진 사례가 아니다. 그런데 김광현이라는 슈퍼스타가 앞장을 서면서 붐을 탈 조짐이다. 김광현은 “기준이 빡빡하기는 하다”면서도 “(조건이 되는 사람이) 이왕 자른다면 기부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희망을 드러냈다. 실력도, 인성도 에이스다. /skullboy@osen.co.kr
[사진] SK 와이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