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잠실 사직 신축 추진, 지자체 선거용 공수표?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03.29 06: 18

잠실과 사직에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새 구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각 지방자치단체가 장밋빛 청사진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그러나 정작 알맹이가 빠져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산광역시는 “사직야구장 중장기발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결과를 발표하고 개폐형 돔 구장으로 야구장을 재건축하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롯데가 홈구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사직구장은 지난 1985년 10월 건립돼 33년간 사용했다. 그간 낙후된 시설 탓에 경기장 신축에 대한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부산시가 또 한 번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사직구장은 애당초 야구전용구장으로 설계되지 않았다. 때문에 관중석에서 그라운드를 보는 시야가 좋지 못하다. 또 내부 여유 공간도 거의 없어 편의시설 확충도 쉽지 않았다. 홈팀인 롯데가 매년 많은 돈을 들여 보수 공사를 하고 있지만, 경기장 자체가 낡아 티도 나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았다. 부산광역시도 이런 여론을 받아들여 아예 경기장을 새로 짓겠다고 나선 것이다.

신축구장 계획은 사직뿐만이 아니다. 서울에서도 일찌감치 구상이 나왔다. 현재 잠실야구장이 위치한 종합운동장 부지를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신축야구장은 현재 위치에서 좀 더 한강으로 이동한 부지에 짓고, 현재 야구장은 허물고 복합시설을 짓는다는 방안이다. 당초 박원순 시장이 돔구장을 표명했으나 사실상 무산됐고 개방형으로 가닥을 잡았다. 1982년 건축된 잠실야구장도 시설 유지·보수에 뚜렷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야구팬들로서는 이런 지자체의 구상을 환영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팬들의 관람 조건이 훨씬 쾌적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과 부산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점 도시들이다. 시장성이 가장 크다. 여기에 돔이든 개방형이든 3만석 이상 규모의 새 경기장이 들어서면 대규모 흥행몰이에 나설 여건을 마련한다. 실제 광주나 대구는 신구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현재 구장을 홈으로 사용하고 있는 구단도 마찬가지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경기장은 시 소유의 시설물이라 (돔이든 개방형이든) 시의 결정에 따르는 것이 맞다. 4월이나 5월쯤 라운드 테이블을 진행하는데 좋은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최적의 안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기대를 걸었다. LG와 두산도 경기장 신축에는 원론적으로 찬성이다.
그러나 준공까지는 많은 난제들이 기다리고 있다. 정작 뜯어보면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재원 조달 방안부터가 그렇다. 구상이 있다 하더라도 확정된 것이 없다. 구체적인 타임 테이블, 그리고 건축 후 어떤 식으로 운영될 것인지에 대한 방안도 두루뭉술한 경우가 태반이다.
실제 서울시의 잠실운동장 마스터플랜은 2014년 4월에 처음 나왔다. 4년이 지난 지금에야 타당성 조사 의뢰 단계다. 타당성 조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2025년 준공 계획도 불투명해진다. 야구장 신축·이전·철거가 포함된 3단계는 2020년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이제 2년 남았다. 생각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부산도 예정보다 착공이 늦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매년 선거철에 나오는 공약이라는 비판적인 시선도 만만치 않다. 부산은 야구장을 짓겠다는 구상이 여러 차례 나왔으나 좌초하기를 거듭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 후 이 계획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보장도 없다. 한 관계자는 “만약 이번 지방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이 3선에 실패하고,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금 계획이 그대로 갈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나”고 잘라 말했다. 이는 그간의 경험에서 나오는 이야기다.
특히 돔구장의 경우는 개방형보다 훨씬 더 많은 금전 조달이 필요하다. 그만큼 수익 모델도 확실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세금 먹는 하마’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1년 동안 이 돔구장을 가장 많이 사용할 각 구단과의 협의는 지지부진하다. 가끔 만나 방안을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핵심은 “구단에서 건설비용의 일부분을 대라”는 이야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운영권 보장은 미지근하다.
철저한 갑을 관계에서 구단이 목소리를 내지도 못한다. 한 야구 관계자는 “야구장을 짓겠다는 명분하에 수익사업을 하는 복합문화센터를 짓는 것이 지금의 돔구장 추진 방향”이라고 꼬집으면서 “야구장을 짓겠다면 사용자인 구단의 의견을 경청하고 받아들이는 게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토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서울시나 부산시 모두 소통 의지가 부족하다는 야구계의 불만이 나온다.
실제 부산광역시의 이번 발표는 부지부터 논란이다. 기존 사직야구장 부지를 우선해 검토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경기장 신축에 걸리는 2~3년의 시간 동안 롯데는 어디서 야구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이 빠져 있다. 롯데와도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급하게 발표했다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서울특별시도 잠실야구장의 재원을 100% 민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당초 돔구장을 이야기하며 이슈몰이를 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슬그머니 폐기처분된 분위기다. 그래도 LG와 두산은 늘어날 운영비 부담에 걱정이 태산이다. 아직은 신축구장에 들어갈지도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자체의 일방통행 공수표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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