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옛정은 없다' 이적생의 친정팀 비수 드라마
OSEN 이종서 기자
발행 2018.04.04 09: 01

우여곡절 끝 새로운 팀에서 시작하게 된 시즌. ‘이적생’들이 친정팀을 향해 날카롭게 비수를 꽂아넣기 시작했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가 맞붙은 서울 잠실구장. 이날 1회초에 타석에 들어선 LG 김현수는 관중을 향해 헬멧을 벗고 인사를 했다. 지난 2006년 두산에 입단한 김현수는 2015년 시즌 종료 후 미국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에 입단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LG와 계약을 맺어 KBO에 복귀했다.
시범경기에서 만나기는 했지만, 정규시즌 두산을 만난 것은 이날 경기가 첫 경기. 경기를 앞두고 김현수는 "어색할 것 같다"라면서도 "잘치고 싶다"라고 각오를 밝혔다.

첫 타석을 2루수 땅볼로 마쳤지만, 김현수는 결정적인 순간 한 방을 날리며 두산을 아프게 했다. 두 번째, 세 번째 타석에서 각각 내야안타와 볼넷을 얻어내 출루에 성공한 김현수는 네 번째 타석에서는 뜬공으로 물러났다. 그러나 8회말 두산이 오재일의 투런포로 2-2 균형을 깨자 9회초 김현수에게 그대로 갚았다. 선두타자 안익훈이 안타를 치고 나간 뒤에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두산 마무리 투수 김강률의 포크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겼다. 김현수의 시즌 2호 홈런. 두 팀의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김현수는 수비에서도 두산팬에게 야속한 마음을 갖게 했다. 6회초 오재일의 큼지막한 타구를 끝까지 따라가 펜스 앞에서 점프해 잡아내면서 홈런 한 개를 지워내기도 했다. 비록 경기에는 졌지만, 강렬했던 친정팀 인사였다.
같은 날 KT와 넥센이 맞붙은 고척에서도 '친정팀'을 향한 저격이 이어졌다. 이날 KT의 선발 투수는 금민철. 지난 시즌 넥센에서 뛰었던 금민철은 시즌 종료 후 2차 드래프트로 KT로 옮겼다.선발 투수 임무를 부여받은 금민철은 지난달 28일 SK전에 이어 친정 넥센을 상대로 올 시즌 두 번째 등판에 나섰다. 금민철은 7이닝동안 5피안타 3볼넷 5탈삼진 1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총 101개의 투구를 한 그는 72개나 던진 직구 최고 구속은 137km에 그쳤지만, 안정적인 제구 속 커브(20개), 포크(8개), 슬라이더(1개)를 적절히 섞어 넥센 타선을 꽁꽁 묶었다. 
타선에서도 넥센 출신의 활약이 빛났다. 지난해 트레이드로 넥센에서 KT로 옮긴 윤석민은 5-1로 앞선 5회초 투런 홈런을 날리면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또한 넥센에 입단했지만 방출 뒤 KT에 들어간 이해창도 멀티히트 2타점으로 친정 공략에 앞장섰다.
이들에 앞서서는 최준석(NC)가 친정 롯데를 상대로 맹타를 휘둘렀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취득한 최준석은 친정팀 롯데를 비롯해 구단들이 영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FA 미아’가 될 위기에 놓였다. 결국 최준석은 롯데와 1년 5500만원에 계약을 맺은 뒤 무상 트레이드로 NC 유니폼을 입게 됐다.
지난달 31일 롯데전에서 타석에 들어선 최준석은 1-2로 뒤진 4회초 1사 2,3루 상황에서 윤성빈에게 2타점 역전 적시타 뽑아낸 등 멀티히트로 팀 승리에 앞장서기도 했다.
친정 팀을 떠나 훨훨 나는 선수들. 스토리를 안고 있어 이들의 모습은 작은 볼거리가 되지만, 떠나 보낸 팬들의 마음은 복잡미묘할 수밖에 없다. / bellstop@osen.co.kr
[사진] 김현수(좌)-금민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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