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의 '괴물 루키' 강백호(19)가 자신이 개장 1호 홈런을 기록한 고척돔 첫 원정 나들이를 마쳤다. 프로 선수로 처음 찾은 고척돔에서 비록 홈런은 치지 못했으나, 인상적인 대타 동점타 등 많은 이야기거리를 남겼다.
강백호는 5일 넥센전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다. 김진욱 감독은 "매 경기 출장해 많이 뛰고, 수비도 하면서 허벅지 뒷근육이 조금 뭉친 상태다. 한 번 쉴 타이밍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강백호를 취재진 앞으로 불러 모처럼 인터뷰 시간을 마련했다. KT 구단은 강백호의 경기력에 지장이 있을까봐, 경기 전 미디어 인터뷰를 사양하고 있다. 선발 출장에서 제외됐기에 김 감독이 자리를 마련한 것.
# 박병호
홈런왕 박병호와의 재미있는 대화. 4일 경기에서 박병호가 홈런을 치자 놀란 표정을 짓는 강백호의 얼굴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강백호는 "홈런을 보고 놀랐다기보다 박병호 선배 자체를 직접 보는 게 신기했다. 살짝 넋놓고 보고 있는데 홈런을 치더라"고 말했다.
'혹시 박병호와 이야기는 해봤느냐'는 질문에 "1루에 나갔을 때 해봤다. 3일 경기에서 1루수 박병호 선배쪽으로 강습 타구를 보낸 적(무사 1루에서 2루 포스 아웃)이 있는데, ‘사람한테 그런 타구 보내는 거 아니다’라고 말씀하시더라. 그래서 ‘다음엔 옆으로 치겠습니다’라고 답했다”고 웃으며 말했다.
# 이정후
지난해 신인상을 탄 이정후와는 청소년대표로 함께 활약하며 친분이 깊다. 1년 선배 이정후와 인사 나눴는지 묻자 전화통화를 소개했다. 4일 경기에서 이정후는 시즌 1호 홈런을 기록했다. 강백호는 "정후 형이 너무 겸손하더라. 홈런을 치고선 나한테는 잘 못 쳤다고 하더라. 원래 잘 하던 형이다"고 말했다.
최근 이정후는 강백호의 활약을 보며 "강백호, 양창섭 등 1년 후배들이 첫 시즌부터 잘 해서 나도 기쁘다. 사실 청소년대표팀에서 나보다 실력이 좋은 선수들이었다"고 칭찬했다. 3연전을 치르며 이정후는 "백호가 방망이를 얻어가더니 장갑도 달라고 한다"며 후배의 애교에 싫지 않은 웃음을 지었다.
# 장원준 홈런
10경기에서 홈런 4방, 쟁쟁한 선배들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모두들 대단한 신인 타자가 등장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강백호에게 '지금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타구'를 묻자, 몇 초 생각하더니 "장원준 선배에게 친 홈런 타구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구장에서 우측 펜스를 넘어가는 스리런 홈런. 그는 "그때까지 우측 홈런이 없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우측으로 넘겼다"고 설명하며 "첫 타석에서 슬라이더에 삼진 당했는데, 홈런 타구는 슬라이더가 높게 실투로 들어와서 운 좋게 쳤다"고 겸손함도 보였다. (KT는 0-8로 뒤지다 강백호의 3점 홈런을 시발점으로 20-8 대역전승을 거뒀다)
# 대타 동점타
5일 벤치 대기했던 강백호는 2-3으로 뒤진 선발 라인업에서 빠졌던 강백호는 2-3으로 뒤진 9회 무사 1루에서 유한준(이날 3번 모두 내야 범타)의 대타로 나왔다. 넥센 마무리 조상우가 마운드에 있었다. 볼카운트 2B-2S에서 낮은 151km 강속구를 걷어올려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냈다. 1루 주자가 홈까지 내달려 3-3 동점. 대타로 나와 절체절명의 순간에 극적인 동점타로 또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안타로 강백호는 5일까지 타율 3할2푼5리(40타수 13안타) 4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다. 4볼넷 10삼진 장타율 .750 OPA 1.128이다. 경기 전 '현재 성적을 어느 정도 기대했는지, 만족하는지'를 묻자 그는 "솔직히 생각도 못했다. 그런데 만족하지도 않는다. 더 잘하고 싶고, 팀도 더 많이 이겼으면 좋겠다"고 당찬 각오를 보였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