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대회에 ‘병역 면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사실 그렇게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2년의 시간은 선수나 구단에 굉장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제대회 출전 선수 선발 때마다 ‘미필’ 선수들이 화제를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동렬 야구대표팀 감독은 오는 9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 예비명단을 선발하기 위한 코칭스태프 회의를 연다. 예비명단일 뿐이지만 의미가 제법 크다. 최종명단은 이 예비명단에 포함된 선수 중에서만 선발할 수 있다. 여기에 뽑히지 못하면 아시안게임 출전이 자동 좌절된다. 각 구단들이 '혹시나'하며 예의주시하는 이유다.
선 감독은 병역 문제를 생각하지 않고 최정예를 꾸리겠다는 의사를 일찌감치 드러냈다. 다만 시즌 초반이라 예비명단을 넉넉하게 확보한 후 시간을 두고 활약상을 점검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선 감독의 시선이 향해있는 곳은 2020년 도쿄올림픽이다. 같은 기량이라면 올림픽까지 책임질 수 있는 젊은 선수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면 각 구단별로 관심을 모으는 미필 선수, 또 그 중에서도 급한 선수는 누가 있을까.
KIA는 좌완 심동섭(27)이 떠오른다. 사실 현재 대표팀 전력에서 약한 고리 중 하나가 바로 왼손 불펜이라 후보자가 될 수 있다. 지난해 11월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출전했던 전천후 야수 최원준(21)도 있다. 내외야 전포지션이 가능하다. 두산은 좌완 함덕주(23)가 대기한다. APBC에서 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선발과 불펜으로 모두 활용할 수 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지만 이영하(21) 곽빈(19) 등 젊은 투수들이 예비명단에 포함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롯데는 우완 에이스 박세웅(23), 그리고 불펜의 핵인 박진형(24)이 승선을 노린다. 박세웅은 이변이 없다면 최종명단의 유력한 후보가 될 수도 있다. 박진형 또한 성장세가 눈에 띄고 윤성빈(19)도 급부상했다. NC는 주전 2루수 박민우(25)의 예비명단 포함이 확실시된다. 병역을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는 나이다. 이미 실적이 확실해 몸 상태만 좋다면 최종명단 승선이 유력해 보인다. APBC에서의 활약상도 괜찮았다. 구창모(21)는 좌완 프리미엄이 있고 배재환(23)은 시즌 초반 활약이 좋다.
주축 선수들이 거의 대부분 군 문제를 해결한 SK는 사이드암 김주한(25)이 아직 미필이다. 대표팀에 왼손 불펜이 부족한 상황에서 곧 실전에 나설 김택형(22)의 포함 여부도 관심이다. LG는 이번 아시안게임 출전을 염두에 두고 군 입대를 미루는 승부수를 던진 오지환(28)이 초미의 관심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으면 현역으로 입대해야 한다. 리드오프인 안익훈(22)도 여러 방면의 활용성을 앞세워 호시탐탐 기회를 엿본다.
넥센은 유력한 후보들이 많다. 유격수 김하성(23)은 사실상 최종명단행이 유력한 가운데 조상우(24) 최원태(21) 이정후(20) 등도 예비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시즌 초반 활약이 뜨거운 임병욱(23)의 포함 여부도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한화는 사이드암 김재영(25)이 아직 미필이다. 최종명단을 향한 치열한 사이드암 경쟁을 뚫어야 한다.
삼성도 급한 선수들이 있다. 오지환과 같은 처지인 박해민(28), 나이가 적지 않은 심창민(25)이 선 감독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박해민은 경기 후반 대수비·대주자로 충분한 활용 가치가 있고 심창민은 사이드암 전력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예비명단 포함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양창섭(19), 최충연(21), 김승현(26), 강한울(27)과 같은 선수들이 관심이다.
KT는 고영표(27), 엄상백(22)의 포함 가능성이 있다. 이 중 고영표는 다소 급한 처지다. 화제의 스타는 역시 강백호(19)다. 시즌 초반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선수라고는 믿을 수 없는 타구를 날리고 있다. 선 감독이 최정예를 공언한 만큼 쟁쟁한 선배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지금 타격 성적만 놓고 보면 예비명단 포함이 당연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skullboy@osen.co.kr
[사진] 오지환(왼쪽)-박해민, 고영표(왼쪽)-강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