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 후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던 김광현(30·SK)이 삐끗했다. 전 두 경기만한 구위를 보여주지 못하며 여전히 100% 상태는 아님을 시사했다. 아직은 결과보다는 내용과 몸 상태에 초점을 두고 인내를 가져야 할 때다.
김광현은 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으나 3이닝 동안 68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2피홈런) 3볼넷 1탈삼진 6실점 난조를 보였다. 지난 두 경기에서 보여줬던 구위를 유지하는 데 애를 먹었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뒤 지난해 1년을 꼬박 재활에 투자한 김광현은 올 시즌 첫 두 번의 등판에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합계 10이닝 동안 실점이 단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이날은 쌀쌀한 날씨 탓인지 구위 유지가 되지 않았다.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나왔으나 구위가 확실히 밋밋했다.
지난 두 경기에 비하면 구속이 떨어졌다. 지난 두 경기에서는 경기 초반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졌다. 그러나 이날은 150km를 넘는 공이 하나도 없었다. 최고 구속은 148km에 머물렀다. 이닝을 거듭할수록 구속은 더 떨어졌다. 3회에는 대부분이 140~145km 범위에서 머물렀다. 여기에 주무기인 슬라이더의 제구도 썩 좋지 않았다.
1회 무사 1루 위기를 무난하게 넘긴 김광현은 2-0으로 앞선 2회 흔들렸다. 강민호에게 볼넷을 내준 것에 이어 배영섭에게 중전안타, 박찬도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에 몰렸다. 최영진을 3루 땅볼로 유도하며 두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고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2사 1,2루에서 김상수에게 좌월 3점 홈런을 허용하고 올 시즌 첫 실점을 기록했다.
3회도 흔들렸다. 선두 이원석에게 3루수 글러브를 맞고 좌측 파울라인으로 흘러가는 2루타를 맞았다. 여기서 러프에게 던진 슬라이더가 가운데 몰리며 이번에도 좌월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실점이 5점으로 불어났다. 2사 후에는 박찬도에게 다시 볼넷을 허용했고, 최영진에게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적시 2루타를 맞고 다시 실점했다.
이날 김광현의 투구 이닝 및 투구수는 5이닝-80구 정도였다. 아직은 정상적인 단계가 아님을 보여준다. 김광현은 개막전 이후 "첫 세 경기 정도는 재활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한다"고 했는데, 선수 역시 마음 한켠에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1년의 공백이 있었던 만큼 지난 2경기의 결과와는 관계 없이 아직은 조심스러운 단계다.
한편으로 이날 경기 후 SK의 대응이 흥미롭다. SK는 김광현의 등판 이후 팔 상태와 구위를 면밀하게 점검해 다음 일정을 짠다는 기본적인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이날 김광현의 구위가 떨어진 만큼, 그 원인을 분석하는 노력이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그것이 약간의 피로누적이라고 판단한다면 김광현의 다음 등판은 조금 미뤄질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