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이 뒤로 많이 밀렸고, 많이 뒤처진 상황이다. 이제야 조금씩 팀의 모습으로 갖춰지고 있다. 그래도 마지막 반등을 위한 준비에 방점을 찍기 위해선 한 가지만 갖춰지면 된다. 주포인 이대호의 부활이다.
롯데는 지난 11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정규리그 2차전 경기에서 12-0 대승을 거뒀다. 이로써 롯데는 올 시즌 첫 번째 연승을 달렸고 첫 위닝시리즈를 확정지었다.
이날 롯데는 17안타를 폭발시키면서 12점을 집중시켰다. 넥센의 에이스인 에스밀 로저스를 제대로 공략해내면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보기 좋게 빗나가게 만들었다. 투타 밸런스가 완벽했던 경기였다. 투수진이 선발 송승준의 부상 조기 강판 악재를 딛고 진명호(3⅔이닝 6탈삼진 무실점), 오현택(1이닝 무실점) 등으로 6⅔이닝을 퍼펙트로 막아냈고 타선은 채태인이 3안타 3타점, 이병규가 2안타 2타점, 신본기가 3안타 4타점, 손아섭이 2안타 3득점 등으로 골고루 활약하면서 공헌도를 분담했다.

전날(11일) 경기에서 롯데 라인업에서 한 가지 특이점이 있었다. 바로 4번 타자 이대호가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었다. 이대호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이전까지 이대호는 4번 자리에 줄곧 포진했지만 타율 2할2푼6리(53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OPS 0.602로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조원우 감독은 경기 전 취재진과의 자리에서 ""그동안 대호가 팀 상황이 좋지 않아서 심적으로 많이 지쳤던 것 같다. 주장으로서 책임감이 강한 선수여서 부담이 많았다"면서 "그동안 결과가 좋지 않아서 투수들과 승부에서 많이 쫓겼던 것 같다. 오늘은 뒤에 중요 상황에서 대타로 대기할 것이다"고 말하며 이대호의 선발 라인업 제외 이유를 알린 바 있다.
올 시즌을 개막 7연패로 시작한 롯데였다.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은 롯데를 우승 후보로까지 꼽았다. 하지만 기대 이하의 경기력이 연속되면서 롯데는 초반 걷잡을 수 없는 수렁으로 빠졌다. 이대호도 이 분위기에 편승했다. 주장으로서, 주포로서 팀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선수들을 독려했지만 정작 자신의 페이스는 더뎠다. 결국 팀 성적에 대한 비난은 이대호를 향해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이대호가 팀에서 차지하는 존재감은 남다르다. 그리고 그 모든 부담을 홀로 짊어진 듯 했다. 이것이 극심한 부진으로 연결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대호는 올 시즌 2년 연속 주장을 맡으며 다시 한 번 팀의 리더가 됐다. 지난해 6년 만에 돌아온 한국 무대에서 팀을 5년 만의 가을야구 무대로 안내한 그였다. 이대호가 중심을 잡아줬기에 가능한 반전이었다. 결국 조원우 감독은 주장직을 내려놓으려 했던 이대호를 다시 한 번 붙잡으며 2년 연속 주장 직책을 맡겼다.
주장으로서 짊어졌던 부담과 책임을 오롯이 떠받았던 이대호였다. 하지만 일단 이대호가 하루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된 상황에서 타자들은 이대호가 짊어졌던 타선의 부담과 힘을 나눠서 맡았다. 그 결과 타선의 대폭발로 이어졌다. 이대호의 부재에 선수들은 더 힘을 냈고 책임감 있게 자신의 타석을 임했다.
이대호의 하루 휴식이 팀 타선의 부활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대호가 없는 롯데는 상상하기 힘들다. 하루 승리를 거뒀다고 하지만 이 기세가 계속해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이대호가 타선의 혈을 막고 있었다'는 일각의 비아냥들도 있지만 이대호는 롯데에서 분명 '해줘야 할 선수'다. 그리고 조원우 감독도 반드시 이대호가 해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
뒤늦은 반격이지만 모든 준비를 끝마치기 위해서는 이대호는 반드시 필요한 존재다. '이대호만 돌아온다면...'이라는 가정이 이제는 현실로 이어질 때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