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리그를 호령했던 ‘외국인 우완 빅3’의 시즌 출발이 심상치 않다. “피로가 누적되어 있다”는 일부 비관론자들의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 판이다.
지난 2년간 KBO 리그를 대표했던 우완 외국인 선수들은 더스틴 니퍼트(37·KT), 헥터 노에시(31·KIA), 그리고 메릴 켈리(30·SK)였다. 자타가 공인하는 리그 최고의 투수였던 니퍼트는 2016년 22승을 거뒀다. 20승 투수의 훈장은 지난해 헥터(20승)가 이어 받았다. 비록 20승 훈장은 없지만 켈리 또한 3년간 최고 레벨의 성적을 낸 투수였다.
그러나 올해 출발이 나란히 불안하다. 니퍼트와 켈리는 부상으로 시즌 출발이 늦거나, 잠시 이탈했다. 2년간 내구성과 성적 모두에서 빼어난 성과를 냈던 헥터는 시즌 첫 4경기에서 기대치를 밑돌았다. “지난 몇 년간 많은 이닝을 던졌다. 올해는 하락세가 오거나 위력이 예년만 못한 성적을 낼 수도 있다”는 일부의 경고가 시즌 초반에는 얼추 맞아 떨어진 셈이다.
KT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니퍼트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 못했다. 애리조나 전지훈련 당시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다. 이제 막 시즌을 출발한 단계인데 첫 선발 등판은 그렇게 인상적이지 않았다. 지난 11일 마산 NC전에서 승리투수가 되기는 했으나 5이닝 동안 홈런 세 방을 맞으며 4실점했다. 4월 중순으로 가는 현 시점에서도 아직 100% 컨디션이 아니다. 나이까지 맞물려 노쇠화 의혹을 받고 있다.
헥터의 성적은 살짝 당황스럽다. 4경기에서 20⅓이닝을 던졌으나 평균자책점이 7.08까지 치솟았다.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난조(2이닝 7실점)를 보인 것이 결정적이지만, 사실 그 전까지도 좋은 성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웠다. 3경기에서 평균자책점은 4.42였고 피안타율도 예년보다 높았다. 18⅓이닝에서 허용한 안타가 무려 25개였다. 다른 투수도 아니고 헥터이기에 이상한 성적이었다.
켈리는 부상으로 이탈했다. 개막전에 나선 뒤 다음 등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른 어깨 뒤쪽에 통증을 느꼈다. 정밀 검진 결과 단순 부종 판정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으나 오는 14일 인천 NC전에서야 복귀전을 갖는다. 예상보다는 결장이 길었다. 어찌됐건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것을 마냥 좋은 징조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세 선수는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니퍼트는 이미 최근 몇 년간 잔부상이 있던 선수였다. 물론 금전적인 측면에서 이견이 큰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두산이 재계약을 포기한 하나의 배경이기도 하다. 헥터는 지난 2년간 408⅓이닝, 켈리는 지난 3년간 571⅓이닝을 던졌다. 메이저리그(MLB)를 기준으로 삼아도 적지 않은 이닝 소화였다. 세 선수 모두 어깨에 피로가 쌓였다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구속도 구속이지만, 구위가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니퍼트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는 예리함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의심의 눈초리가 꾸준히 있었다. 헥터는 12일 경기에서 패스트볼에 문제가 불거졌다. 완급조절이 워낙 뛰어난 선수지만 구위 문제는 역시 지난해 막판부터 조심스레 제기된 부분이기도 하다. 정상 구속을 유지하고 있는 켈리는 복귀 후 구위를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물론 경력이 화려한 선수들이라 금세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여전히 다수의견이기는 하다. /skullboy@osen.co.kr
[사진] 켈리-헥터-니퍼트(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