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아직 살아있다"
SBS 월화드라마 '키스 먼저 할까요'가 지난 24일 안순진(김선아 분)과 손무한(감우성 분)이 또 다른 아침을 맞이하는 열린 결말로 종영됐다. 두 사람은 여느 때처럼 "굿모닝"이라는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 내일이 아닌 오늘을 또 열심히 살아갈테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성숙한 사람들의 서툰, 어른 멜로를 담은 드라마로, 감우성의 4년만 안방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았던 작품이다. 배유미 작가가 극본을 썼다. 소개팅 첫 만남부터 악연으로 얽혔던 안순진과 손무한은 각기 다른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어른'들이었다.
처음엔 외롭게 살아가는 40대 남녀들의 일상과 사랑을 그려내나 싶었던 '키스 먼저 할까요'는 고독사를 시작으로 어린이에게 유해한 과자를 판매하고도 나몰라라하고 갑질을 행사하는 대기업의 횡포, 여성들의 갱년기, 존엄사 등 한번쯤은 깊이있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들을 심도있게 그려냈다.
특히 중반 이후 손무한에게 죽음이 코 앞으로 다가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더욱 진해진 손무한과 안순진의 안타까운 로맨스는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코믹과 진지함을 잘 오가며 매회 시청자들을 웃기고 울렸던 감우성과 김선아의 탄탄한 연기 내공 덕분에 더더욱 손무한과 안순진이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란다는 반응이 줄을 이었다.
손무한과 안순진은 매회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줬다. 사랑 그리고 사람을 통해 변화된 손무한과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자신이 누군가에게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안순진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전했다. 또한 가족 구성원이 죽음이 남긴 슬픔과 이를 통해 더 돈독하고 애틋해지는 가족애까지 느끼게 하는 참 '좋은' 드라마였다.
배유미 작가는 매회 시 한 편을 읽는 것 같은, 깊은 여운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감우성과 김선아는 쿵짝이 잘 맞는 멜로 콤비로 맹활약했다. 귀여웠다가 애틋했다가를 무한 반복, 시한부 설정까지도 흔하지 않게 만드는 저력을 과시했다. 비록 시청률적으로는 아쉬움이 남지만, 수치로 평가할 수 없는 명품 멜로 드라마, 그리고 명품 연기였다. /parkjy@osen.co.kr
[사진] SM C&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