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신설희 “세상에 도움되는 음악인 되고파”
OSEN 김관명 기자
발행 2018.04.25 14: 31

고3 때 드라마 ‘식객’ OST를 불렀다. 대학교 1년 때 데뷔음반을 그것도 정규로 냈고, 만28세인 지금 어느덧 2집 가수가 됐다. 스트레이트하고 파워넘쳤던 가창은 보다 내면의 소리를 들려주는 쪽으로 변모했다. 그의 눈에 비친 청춘들의 일상은 잔잔한 물결이 돼 가사에서 일렁인다. 바로 오늘(25일) 새 EP ‘Surge 7.4’를 낸 싱어송라이터 신설희다. 개인적으로 지난 2월 낸 싱글 ‘Childhood’의 매력에 푹 빠졌던 터라 [3시의 인디살롱]에서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느 때보다 즐겁고 설렜다. 
우선 여느 때처럼 뮤지션 신설희의 지금까지 디스코그래피를 요약하는 것으로 [3시의 인디살롱]을 시작한다. 
2008년 8월18일 드라마 ‘식객’ OST = ‘사랑일까요’

2013년 9월5일 1집 Hills Of The Time = 타이틀곡 ‘왼쪽 오른쪽’, ‘NightinGale’, ‘Fairytale’ 등
2013년 11월18일 싱글 너와 나의 이야기
2015년 1월28일 리믹스 싱글 NightinGale, Fairytale
2015년 7월23일 EP 일상의 잔상 = 타이틀곡 ‘원’, ’Last Song’ 등
2015년 11월6일 싱글 The Weak
2016년 9월20일 싱글 또 다른 계절
2016년 10월14일 2집 Cinder Cone = 타이틀곡 ‘무생물’, ‘Cinder Cone’, ‘또 다른 계절’ 등
2016년 12월27일 온스테이지 318번째 신설희 = ‘원’, ‘Last Song’, ‘또 다른 계절’
2018년 2월27일 싱글 Childhood 
2018년 4월25일 EP Surge 7.4 = ‘Surge 7.4’, ‘Are You Crying?’(타이틀), ‘Eternal Tunnel’, ‘빛의 부재’, ‘Eat Alone’
= 반갑다. 미리 새 EP를 들어봤는데 좋더라. 전체적으로 보컬을 하나의 악기처럼 여기고 진지하게 실험하고 뒤틀고 소리내게 한다는 느낌이다. 멜로디나 감성적으로는 2월 나온 ‘Childhood’가 그냥 귀에 쏙 박혔다. 본인 소개를 부탁드린다. 
“2013년 정규 1집을 발매했고 EP 1장, 재작년에 2집을 낸 신설희다. 음악을 시작한 계기는 특별한 게 없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쳤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밴드 동아리에서 노래를 불렀다. 고등학교도 2005년에 음악쪽으로 진학했다(서서울생활과학고 실용음악과).”
= 그러면 2008년 8월에 나온 드라마 ‘식객’ OST ‘사랑일까요’는 고교 졸업하자마자 부른 것인가. 
“아니다. 아는 분이 ‘불러봐라’라고 해서 교복을 입던 때인 고3 때 불렀다. 2007년 일이다. 그 노래는 파워풀하게 불렀던 것 같다. 성장과정이라고 본다(웃음). 대학 역시 실용음악과(동덕여대)를 가서 1학년 때 동물원의 박기영 선생님, 이정선 교수님으로부터 많이 배웠다.”
= 1집이 2013년에 나왔다. 그 사이 5년은 뭘 했나. 
“학교 다니고, 곡 쓰고 버리고, 습작의 과정을 보냈다. 그러다 ‘이제는 내도 되겠다’ 싶어 낸 게 1집이다. 지금 생각하면 미숙한 앨범이지만.”
= 2017년에는 앨범 발표가 없었다.
“2017년에는 원래 좀 쉬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프랑스와 영국에서 공연도 했었고.”
= 초청공연이었나. 
“그렇다. 영국 체스터 라이브 페스티벌측으로부터 초청을 받아 (밴드 57, 페이션츠와 함께) 참여했다. 간 김에 파리에서도 공연을 했고 오픈마이크(바에서 열리는 소규모 오픈스테이지)도 했다. 당시 밴드 57은 유럽에서 40개 도시를 도는 제대로 된 투어를 하고 있었는데 체스터에서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한국에서는 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도 끈끈한 사이로 지내고 있다. 오픈마이크는 재미난 경험이었다. 확실히 그쪽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자세나 이런 게 열려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양인이 와서, 그것도 한국말로 노래하는데 무척 열심히 들어주더라. 이런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 새 EP ‘Surge 7.4’ 얘기를 해보자. 5곡 전곡을 함께 들어보면서 코멘터리를 해달라. 우선 앨범 제목은 어떻게 읽으면 되나. 뜻도 궁금하다. 
“‘써지 칠쩜사’로 읽으면 된다(웃음). ‘서지’(Surge)는 파동, 밀어닥치다, 들이닥치다 이런 뜻인데, 사람들은 저마다 고유의 파동을 갖고 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계속 흔들리고 있는 셈이다. 이 모습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굴곡, 감정의 굴곡, 일렁이는 삶과 닮은 것 같아 이를 표현하고 싶었다. ‘7.4’는 그 파동의 전압(V)이다.”
= 왜 굳이 7.4볼트(V)인가.
“음…. 이 곡을 쓴 날이 7월4일이었다(웃음).”
= 새 앨범에는 2016년까지 같이 해왔던 프로듀서 Nd Lee(이창현)와 Anchor(이기용)의 이름이 안보인다. 
“이기용 오빠는 아이돌 프로듀서로 유명한데 지금까지 믹싱에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 1집 때부터 프로듀싱을 해주신 이창현씨, 이 분은 제가 스무살 때 알게 된 음악적 스승님이시다. 옛날 메탈밴드 제로지와 다운타운에서 드럼을 치셨고, 지금은 아이돌 음악도 많이 하신다.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으신 분이다. 이제는 저도 음악적으로 독립을 한 것이다.”
= 제로지면 상당히 나이가 있으신 분 같다. 
“맞다.” 
= 첫 곡 ‘Surge 7.4’부터 들어보자. 첼로, 베이스 등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는데 이 사람들이 신설희밴드인 것인가. 
“어쿠스틱 기타의 김환수, 첼로의 김설령, 베이스의 오야생조래광현, 드럼의 윤병우, 그리고 저, 이렇게 5인조다. 색소폰의 오코아로즈는 객원이다. 3곡(Surge 7.4, Are You Crying?, 빛의 부재) 믹싱은 베이스의 오야, 나머지 2곡 믹싱은 고등학교 때 친구가 해줬다.”
= 오야생조래광현, 이게 본명인가. 그리고 밴드에서 첼로 구성은 쉽게 보기 힘들다. 
“그렇다(웃음). 주민등록상 이름이다. 우리는 줄여서 오야, 오씨, 오광현이라 부른다. 어쨌든 ‘Surge 7.4’ 이 곡은 친구(듀오 케이블타이의 김영웅)가 줬고, 가사는 제가 썼다. 일렁이는 세상을 걸어나가는, 살아나가는 21세기 젊은이들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그리고 첼로 악기를 제가 너무 좋아한다.”
= 타이틀곡은 ‘Are You Crying?’이다. 개인적으로는 신설희씨가 자신의 성대를 마치 악기처럼 다룬다는 느낌이었다.
#. ‘Are You Crying?’ 가사 = 비슷한 길을 걷네 모두가 같은 색으로 칠해진다 해도 어쩌면 조금 다른 온기 이유도 묻지 않고 떠난 사람들에겐 저마다 이유가 있겠지 / Why are you crying? 아무 의미 없는 걸 Why are you crying? 그저 지나간 일인 걸 Why are you crying? 아무 의미 없는 걸 Why are you crying? 그저 지나간 일인 걸 / 따스했던 햇살에 잊지못할 기억을 억지로 붙잡아 두고서 그대와 안도의 숨 쉬었지 이 슬픈 노래가 우리를 겨우 미소짓게 하고 덧없는 기분을 위로해..
“노래를 지금까지 열심히 했으니까. 일단 이 곡은 듣기 편할 것 같아 타이틀로 삼았다. 혼자 집에서 기타를 튕기다 쉽게 쓰게 된 곡이다. 가사를 붙이는 과정에서 ‘Are you crying’이라는 말을 계속 흥얼거려 이를 살려 쓰게 됐다. 이 노래의 정서는 제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 그 자체다. (세상이 비록 힘들지만) 의연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실은 제가 그렇지 못하니까. 어쩌면 저한테 하는 말이기도 하다.”
= 3번 트랙 ‘Eternal Tunnel’은 어떤 곡인가. 
“이 곡은 가사가 전부 영어로 돼 있는데, 집에서 기타를 치다가 후렴으로 ‘eternal’(이터널)이라는 단어가 자꾸 붙었다. 20대인 제가 ‘끝없는 터널’ 같은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곡 말미(I walk into an eternal tunnel, I walk into an eternal light)에는 나름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졌다. 터널을 걸어가다 저 멀리 빛을 발견한 것이니까.”
= 오, 마치 일본 소설 ‘설국’의 첫문장 같다.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雪國)이었다’. 그리고 영화 ‘이터널 선샤인’도 떠오른다. 
“소설 첫 문장이 멋지다. 그 영화도 봤다. 아마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어쨌든 이 곡의 기타는 제가 별 생각없이 데모로 녹음한 것인데 그 느낌이 좋아 그냥 쓰게 됐다. 보통 곡을 만들면 편곡하는 과정에서 처음 느낌이 사라지곤 하는데 이 곡은 그 첫 느낌이 살아있어 좋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아끼는 곡이다.” 
= 4번 트랙 ‘빛의 부재’부터는 앨범 전체 분위기가 확 바뀐다. 
“3번까지는 기타가 노래를 끌고 갔고, 이 곡부터는 건반이 주도한다. ‘빛의 부재’라는 표현이 생소할 수 있지만, ‘빛과 어둠은 공존할 수 없다’는 말이 있더라. 빛이 있으면 빛이고, 빛이 없으면 어둠인 것이다. 이걸 사람에 대한 이야기로 변질시켜봤다. 어둠 같은 자기 삶에서 빛같은 존재였던 너. 이런 식의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스케일이 큰 곡이다.”
= 신설희씨 보컬은 마치 한지 위에 떨어뜨린 물감 같다. 스르륵 번져 윤곽선을 만든다. 캔버스의 유화물감처럼 확연하고 획일적이며 반듯한 윤곽선이 아니다.
“아…. 그런 느낌일 수도 있겠다.”
= 그런데 곡이 거두절미하고 확 끝나버린다. 아주 인상적이다.
“뻔한 마무리보다 확 잡아 끊고 싶었다. 제가 좋아하는 앨범 중에 파이스트의 ‘Pleasure’가 있는데 8번 트랙 ‘Century’도 확 끊긴다. 신박했다. 그 곡을 계속 듣다보니 왜 그렇게 엔딩을 툭 끊는지 알겠더라. 일종의 충격요법이랄까.”
= 개인적으로 파이스트의 ‘Metals’ 앨범을 좋아하는데 반갑다. ‘Pleasure’ 앨범은 딱 한번 들어봤는데 다시 들어봐야겠다. 마지막 ‘Eat Alone’, 혼밥인가.
“그렇다. 이 곡은 오브(Orb)라고, 전자음악 하는 친구한테 받은 곡이다. 가사는 제가 썼고. 장르적으로는 일렉트로닉 발라드다. 그 친구 말이, 여자가 혼자서 집에서 밥을 먹는 이미지를 상상하며 곡을 썼다고 하더라.”
= 곡 중간에 나오는 ‘여덟 개 점이 서로 이어진 공간’, 이 말이 무슨 뜻인가. 
“방이다. 밀실 같은 느낌의.”
= 5곡 전체가 독특한, 그러면서 일관된 이미지와 분위기를 풍기며 한 앨범을 완성시킨 것 같다. 
“잘 들어줘서 고맙다.”
= 2월 싱글 ‘Childhood’는 네이버뮤직 지원으로 제작했는데. 
“네이버 뮤지션리그 오프스튜디오에서 지원을 해줘 디시털 싱글을 낼 수 있었다. 녹음은 지난해 4월에 했지만 여차저차해서 올 2월에 나오게 됐다. 곡은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을 놔주지 않는, 쿨하지 않은 어른의 모습을 그렸다. 이 곡도 사연이 있다(웃음). 원래 이 곡은 기타리스트가 예쁘게 쳐줘야 하는데 하필 녹음 직전에 팔이 부러져서 어쩔 수 없이 제가 기타를 쳤다. 신설희밴드의 김환수, 바로 그 친구다.”
= 앨범 발매 이후 계획은.
“공연을 할 것이고, 재미난 일들이 많이 생기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른 밴드도 준비 중이다. 1번 트랙 ‘Surge 7.4’를 작곡한 베이스 김영웅, 신설희밴드의 드러머 윤병우, ‘Eat Alone’을 작곡한 오브, 그리고 저, 이렇게 4명이다. 곡 작업을 계속해왔다. 빠른 시일 내에 들려드리고 싶다.”
=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 것인지 궁금하다. 
“예전에는 뭔가 음악 안에서 많은 걸 보여주고 싶었지만 지금은 흘러가는 느낌으로, 편안하게 하고 싶다. 그러면서 음악적으로 발전하는 모습, (청자들이) 신기하게 느낄 수 있는 실험적 작업, 이런 걸 많이 보여드리고 싶고 하고 싶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음악인이 되고싶다.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음악인은 원치 않는다.”
/kimkwmy@naver.com
사진=신설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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