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의 전당 입성을 예약한 스즈키 이치로(45)가 또 한 번 후배 오타니 쇼헤이(24·LA 에인절스)를 한껏 치켜세웠다. 이에 대해 오타니는 영광스럽다며 자세를 낮췄다.
최근 시애틀 프런트에 합류하며 사실상 은퇴를 선언한 이치로는 5일(이하 한국시간) LA 에인절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오타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사실 많은 팬들이 아쉬워할 만한 대목이 있었다. 오타니는 7일 시애틀전 선발이 유력했고, 전설적인 선수인 이치로와 맞대결 가능성 또한 존재했다. 일본은 물론 미국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으나 이치로의 전격적인 결단으로 없던 일이 됐다.
이치로는 ‘LA타임스’ 등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를 직접 보게 돼 분명히 흥분된다”라면서 “오늘은 바비 발렌타인이 되어야 할 것 같다. 오늘이 바로 그날이다”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괴짜’로 잘 알려진 발렌타임 감독은 1999년 경기 중 퇴장을 당한 뒤 선글라스와 위조 콧수염으로 변장한 채 덕아웃에 돌아왔다 발각돼 ‘한 경기 두 번의 퇴장’이라는 해프닝을 만들었다. 적어도 올해는 덕아웃에 앉을 수 없는 이치로의 심정을 대변한 농담이다.
MLB에서 3000안타라는 대업을 쌓은 이치로, 아직은 첫 시즌에 불과한 오타니를 비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치로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이치로는 “나와 그는 비교할 수 없다”고 운을 뗀 뒤 “그는 일본이나 이곳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투·타 겸업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후배를 대견스럽게 바라봤다.
이치로는 오타니의 대응 능력을 높게 평가했다. 첫 타석에서 실패하더라도, 그 실패에서 보완점을 찾아 다음 타석에서는 좋은 타구를 날려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치로는 “그런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은 좀처럼 가지기 쉽지 않은 재능이다. 대단한 재능”이라고 칭찬에 열을 올렸다.
이치로의 오타니 칭찬은 처음이 아니다. 시즌 전에도 오타니의 성숙된 멘탈을 흐뭇하게 바라봤다. 당시 이치로는 “나이로 봤을 때는 내가 아버지, 오타니가 아들뻘이지만, 멘탈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오타니가 아버지같다”라고 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치로는 오타니의 기량은 물론 성숙된 자세까지 높게 평가하며 대스타로 커주길 바라고 있었다.
이런 칭찬을 전해들은 오타니는 황급하게 자세를 낮췄다. 오타니는 ‘스포츠호치’ 등과의 인터뷰에서 “굉장한 영광이다.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고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MLB 무대를 정리하는 이치로, 그리고 이제 자신의 MLB 경력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오타니는 그렇게 각자의 갈 길을 가기 시작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