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과 한용덕 한화 이글스 감독이 2루 블랙홀에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음놓고 지켜보기 힘들 만큼 불안하기 짝이 없다.
LG는 정규 시즌 개막 이후 2루수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역 시절 명유격수로 이름을 날렸고 은퇴 이후 수 년간 수비 코치를 맡았던 류중일 감독은 2루 수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한숨만 내뱉는다. 가뜩이나 눈높이가 높은데 아쉬운 마음이 더욱 크게 느껴질 것 같다.
올 시즌 2루수로 낙점받은 강승호는 공격과 수비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32경기에 나섰으나 타율이 1할9푼1리(94타수 18안타)에 불과했고 7차례 실책을 범했다. 강승호 대신 박지규가 기회를 얻었으나 달라진 건 없었다.
3일 대전 한화전에서 5회 1사 1,3루에서 최재훈의 3루수 땅볼 때 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타 플레이를 시도하다 2루에서 포구 후 1루로 던지려다 공을 떨어뜨려 실점했다. 그리고 3-4로 뒤진 7회 1사 2루에서 양성우의 우전 안타 때 커트 플레이를 하다 공을 놓쳤다. 실책 기록. 3루에 멈췄던 2루 주자 이용규가 홈으로 들어와 득점했다.
6일 잠실 두산전에서도 2-5로 뒤진 5회 무사 1루서 오재일의 강습 타구를 잡은 박지규는 2루로 던진 게 송구 실책, 3루와 좌측 외야 사이 펜스까지 굴러갔다. 이는 대량 실점의 빌미가 됐다.
LG는 7연패 기간에 2루에서만 세 차례 실책이 나왔고 모두 결정적인 실점으로 연결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LG에서 삼성으로 팀을 옮긴 손주인의 이적 공백이 더욱 커지는 요즘이다.
최근 몇 년간 2루 고민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던 한화 역시 대표팀 출신 2루수 정근우의 부진이 뼈아프다. 정근우는 올 시즌 리그 2루수 중 최다 8개 실책을 범했다. 모든 포지션을 통틀어도 롯데 3루수 한동희(9개)에 이어 두 번째 많은 기록.
4일 대구 삼성전서 4회 다린 러프의 뜬공을 놓치며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정근우답지 않은 수비의 연속이다. 정근우는 5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한용덕 감독은 "정근우는 2군에서 훈련을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새롭게 무장하고 오라는 취지로 엔트리에서 말소시켰다. 나이를 먹은 만큼 예전의 정근우가 아니다. 그에 맞춰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리적 영향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몸의 움직임이 조금 둔해졌다. 2군에서 시간을 갖는 게 좋을 것 같다. 그동안 많이 기다렸다. 조금 더 참고 기다리며 잘해주길 바랐지만 중요할 때 실책이 많이 나왔다. 다시 몸을 잘 만들어서 올라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