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 테마] 우리가 알던 그 선수들 맞아? 예견된 부진의 늪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8.05.07 16: 38

우리가 알던 그 선수들은 어디로 갔나. 
지난 5일 두산 투수 유희관과 한화 내야수 정근우가 나란히 2군으로 내려갔다. 부상이 아닌 부진 때문이었다. 유희관은 1승3패 평균자책점 8.64로 뭇매를 맞았고, 정근우는 타율 2할8푼3리 2홈런 12타점을 올렸으나 실책이 8개로 2루수 중 최다였다. 
부상 또는 휴식 차원에서 엔트리 말소가 된 적은 있어도 순수하게 부진 탓에 내려간 건 1군 선수가 된 이후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수년간 꾸준하게 활약한 검증된 선수들이지만 따지고 보면 어느 정도 예견된 부진일 수 있다. 

유희관은 2013~2017년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이 기간 유희관이 거두 66승은 리그 전체 3위 기록. 총 161경기에서 886⅔이닝으로 윤성환(삼성·889⅓이닝)에 이어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구속에 의존하지 않는 투수이지만, 그동안 많이 던진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타자들에게 그만큼 유희관의 공에 익숙해져 있다. 
KBO리그 역대 최고 2루수 정근우도 한화 이적 후 4년간 팀 내 최다 494경기에 출장, 타율 3할1푼2리 47홈런 244타점 81도루로 활약했다. 그러나 나이가 30대 후반으로 향하고 있고, 2016년 시즌 후 무릎 수술을 받으며 주력이 떨어졌다. 순발력과 센스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지만 이미 지난해부터 수비에서 움직임이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겨울 한화가 그와 FA 재계약에 소극적이었던 이유가 나타나고 있다. 
LG 토종 에이스 차우찬도 올해 부진이 심상치 않다. FA 이적 첫 해였던 지난해 10승7패 평균자책점 3.43으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FA 모범생으로 불렸지만 올해는 7경기 3승4패 평균자책점 8.42로 무너졌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면서도 최다 9피홈런 허용. 의외의 결과인 것처럼 보이지만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지난해 막판부터 팔꿈치 통증을 보인 차우찬은 같은 이유로 개막 일주일 후 로테이션에 합류했다. 올 시즌 직구 평균 구속은 141.3km. 지난해 142.5km보다 1km 이상 감소했다. 직구 회전수도 지난해 42.3회에서 올해 41.2회보다 떨어졌다. 100% 몸 상태가 아니고, 구위형 투수라 부진은 피할 수 없었다. 
지난 2015~2017년 3년간 타율 3할3푼4리로 이 부문 5위였던 NC 박민우의 부진은 쉽게 예상 못한 일이다. 나이도 만 25세로 한창 때이고, 아시안게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동기부여가 큰 상황이다. 그러나 올 시즌 30경기에서 타율 1할9푼8리 20안타 1홈런 7타점으로 부진하다. 
결국 지난달 29일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해 시즌을 마친 뒤 왼 발목 수술을 받은 영향이 크다. 발목 재활 때문에 스프링캠프를 온전하게 치르지 못했다. 훈련량이 부족했고, 급한 마음에 타격 밸런스마저 무너졌다. 볼넷 4개를 얻은 동안 삼진 21개로 선구안마저 급격히 흔들렸다. 
이외에도 꾸준함의 대명사인 삼성 윤성환(1승4패·6.92), 두산 장원준(3승2패·7.01)도 예년만 못하다. NC의 불펜야구를 이끌었던 원종현(1패1세이브2홀드·10.13), 김진성(1승2패2홀드·9.00) 역시 초반부터 1~2군을 오르내리며 고전 중이다. 오랜 기간 많은 공을 던진 후유증이 이유로 거론된다. 
하지만 아직은 5월 초반. 시즌은 길고, 반등할 수 있는 기회는 남아있다. 예상 못한 부진을 거듭 중인 선수들이 우리가 알던 그 선수들로 보란 듯 반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waw@osen.co.kr
[사진] 차우찬-장원준-정근우-박민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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