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탈삼진 머신이 KBO리그에 상륙했다. 한화 외인 에이스 키버스 샘슨(27)이 KBO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 페이스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샘슨은 13일 대전 NC전에서 시즌 개인 최다 7⅓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10탈삼진 무실점 위력투로 한화의 4-0 영봉승을 이끌었다. 시즌 3승(3패)째를 거둔 샘슨은 평균자책점도 4.80으로 낮췄다. 탈삼진 개수는 69개로 늘렸다. 2위 조쉬 린드블럼(두산·61개)에 8개차로 넉넉히 앞선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샘슨은 올 시즌 9경기에서 50⅔이닝을 던지며 69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9이닝당 탈삼진 12.3개. KBO리그 역대를 통틀어도 엄청난 기록이다. 단일 시즌 규정이닝 투수로 9이닝당 탈삼진이 최고기록은 1996년 한화 구대성이 갖고 있는 11.9개. 당시 구대성은 139이닝을 던지며 183개의 삼진을 뽑아낸 바 있다.
올해 샘슨은 그 이상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역대 한 시즌 최다 탈삼진도 가능하다. 산술적으로 올 시즌 255탈삼진을 기록하게 된다. 지난 1984년 롯데 최동원의 223탈삼진을 훌쩍 뛰어넘는 페이스. 최동원은 그해 284⅔이닝을 던지며 223탈삼진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33년간 기록이 깨지지 않았다.
샘슨도 탈삼진을 즐긴다. 그는 "삼진을 잡을 때 팬들의 환호에 미칠듯이 좋다. 팬들의 열광에 힘을 얻는다"며 "탈삼진 타이틀을 한다면 좋은 일이다. 기회가 되면 도전하겠다. 이닝을 많이 던져야하기 만큼 삼진을 2개만 잡을 경기도 있겠지만 시즌 막판 기회가 되면 탈삼진 타이틀에 도전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샘슨이 많은 삼진을 잡고 있는 데에는 150km대 강속구 외에도 다양한 변화구가 있기 때문이다. 너클 커브와 슬라이더에 체인지업도 삼진을 잡을 때 결정구로 쓰인다. 보여주는 공으로 변화구를 쓴 뒤 하이 패스트볼로 헛스윙을 끌어내기도 한다. 그의 전담 포수 지성준은 "샘슨이 커브·슬라이더·체인지업에 포크볼도 던진다. 변화구를 다양하게 쓴다"고 말했다. 한화 관계자도 "강속구 투수이지만 손재주가 있는 선수"라고 했다.
한용덕 감독은 "샘슨이 힘으로만 던지는 투수가 아니다. 풀카운트에서 체인지업을 던질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제구도 잡혔고, 이제 샘슨은 덕아웃에서 보고 있으면 편한 투수가 됐다"고 만족해했다. 최근 4경기 25이닝 동안 샘슨의 볼넷은 1개밖에 없다. 앞선 첫 5경기 25⅔이닝 20볼넷에 비하면 믿기지 않는 놀라운 변화.
샘슨은 "아직 내 체력이 완전히 올라온 것은 아니다. 플로리다 출신이라 날이 더워지면 구속이 더 올라올 것이다. 과거 세인트루이스 야디어 몰리나에겐 98~99마일까지 던졌다"며 "그때는 구원이었고, 지금은 선발이다. 속도나 구위로 압도할 게 아니다. 이닝을 많이 던지는 게 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 수비력도 좋고, 팀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역대급 탈삼진 페이스를 보이고 있는 샘슨이지만 그의 시선은 이닝에 맞춰져 있다. 어느덧 시즌 50⅔이닝으로 이 부문 리그 전체 5위. 건강하게 한 시즌 로테이션만 잘 돌아도 샘슨의 탈삼진 타이틀 획득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대전=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