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KIA 감독은 19일 광주 SK전을 앞두고 예상치 못한 라인업을 내놨다. 팀 타선의 주축을 이루는 선수들이 대거 빠졌다. 예상하기 어려웠던 깜짝 선발 선수들도 눈에 띄었다.
실제 이날 KIA는 최형우 정성훈 이범호 김선빈 김민식이라는 주축 타자들이 상당수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대신 황윤호 김주형 유재신 백용환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날 상대 투수는 SK의 에이스이자 KIA를 상대로 강한 면모를 선보였던 김광현이었다. 이 라인업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는 절반 이상의 성공이었다. 오히려 김광현을 괴롭힌 것은 주축 선수들보다 백업급 선수들이었다. 안치홍 나지완 김주찬은 안타를 신고하지 못한 반면, 황윤호 유재신(멀티히트)은 2루타 하나씩을 기록했고 백용환과 최정민도 각각 출루에 성공하는 등 분전을 이어갔다. 이들의 활약과 헥터의 완투쇼 덕에 KIA는 2-1로 이기고 승률 5할에 복귀했다.
0-1로 뒤진 3회가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김선빈 대신 출전한 황윤호가 좌중간을 완전히 가르는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백용환이 희생번트로 황윤호를 3루까지 보냈고, 유재신은 1루수 옆을 빠져 나가는 적시 2루타로 동점을 만들었다. 이명기가 2루타로 역전을 시키자 최정민이 좌전안타로 기회를 연결시켰다.
물론 그 이후로는 김광현 공략에 실패하며 6회까지 추가점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쉽게 물러서지는 않았다. 5회에도 점수는 나지 않았으나 백용환이 볼넷을 골랐고, 2사 후에는 최정민이 기습번트로 상대 실책을 유도해 2사 1,2루를 만드는 등 김광현의 투구수를 불렸다.
실제 이날 유재신은 첫 타석에서 10구, 세 번째 타석에서는 7구 승부를 벌였다. 두 타석 모두 안타를 때리며 김기태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백용환도 5회 볼넷을 고른 것에 7회에는 승부를 6구까지 끌고 갔다. 김광현의 투구수를 하위타선에서 상당 부분 불린 셈이다.
라인업만 봤을 때는 사실상 KIA가 20일 경기를 대비하는 듯한 인상을 줄 수도 있었다. 경기 전 팬들의 여론이 고울 리는 없었다. 하지만 야구가 꼭 예상대로만 흘러가지 않음을 이날 KIA 라인업이 일정 부분 증명하고 있었다. 오히려 19일 경기에 나선 일부 백업 선수들은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고, 19일 경기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한 주축 선수들은 좀 더 충전된 신체로 20일 경기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유재신. 광주=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