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 외인 투수들이 흔들릴 때마다 에릭 해커(35)를 찾는 팬들의 목소리가 컸다. 5월 중순이 지난 지금은 해커가 점점 잊혀져 가는 분위기다. 적응기를 보낸 외인 투수들이 하나둘씩 안정세로 접어든 것이다. KBO리그 복귀를 희망하는 '구직자' 해커이지만 돌아올 자리가 없다.
시즌 초반 외인 투수들로 애먹은 팀은 삼성·롯데·한화였다. 기대이하 투구로 애를 태웠지만 5월이 되면서 이제는 계산이 서는 투수들로 자리 잡았다. 굳이 교체할 이유가 없어졌다. 해커의 새로운 일 자리도 생기지 않았다.
외인 투수 잔혹사로 고생했던 삼성은 팀 아델만과 리살베르토 보니야가 적응을 마쳤다. 아델만은 10경기 3승3패 평균자책점 5.12, 보니야는 9경기 2승3패 평균자책점 4.99를 기록하고 있다. 5월 들어 아델만이 4경기 1승 평균자책점 3.75, 보니야가 3경기 1승 평균자책점 2.61로 호투하며 원투펀치로 자리 잡았다.
외인 투수 잔혹사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화도 올해는 다르다.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가 육성형 외인 성공사례로 떠올랐다. 샘슨은 10경기 4승3패 평균자책점 4.45, 휠러는 10경기 2승5패 평균자책점 4.58을 기록 중이다. 5월에는 샘슨이 4경기 3승 평균자책점 4.13, 휠러가 4경기 1승2패 평균자책점 2.84로 안정적이다.
롯데도 100만 달러를 투자한 펠릭스 듀브론트가 초반에 부진하며 애태웠지만 이제는 한시름 놓았다. 3~4월 6경기에서 승리 없이 4패 평균자책점 7.53으로 무너지며 퇴출 1순위로 꼽혔지만 5월 들어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37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날이 풀리며 구속이 상승했고, 본래 모습을 되찾는 중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외인 투수 교체가 가장 시급한 팀은 해커가 몸담았던 NC다. 해커의 빈자리를 대신한 로건 베렛이 9경기에서 2승5패 평균자책점 6.49로 무너진 것이다. 퀄리티 스타트도 1번밖에 없다. 지난 14일 엔트리 말소됐고, 1군 복귀 시점도 불투명하다. 10위 꼴찌로 처진 NC로선 해커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진다.
하지만 해커를 버린 NC가 재영입할 가능성은 낮다. 해커가 현재 소속팀 없이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는 점도 영입을 꺼리는 이유다. 한 관계자는 "팀 훈련과 개인 훈련 차이는 크다. 나이도 있는 해커가 실전 감각을 회복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NC가 해커를 포기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좋지 않은 소문이 퍼져 있고, 모험을 감수하며 데려갈 팀이 있을지 모르겠다"고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외인 투수들의 안정세와 함께 해커의 KBO리그 복귀도 점점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waw@osen.co.kr
[사진] 해커(위), 듀브론트-보니야-휠러(아래 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