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외인 에이스 메릴 켈리(30)가 2경기 연속 호투로 힘을 냈다. 슬로스타터 성향을 가지고 있는 선수답게 시즌이 이제 막 시작된 분위기다.
켈리는 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7이닝 동안 95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9탈삼진 1실점 호투로 시즌 5승(3패)째를 따냈다. 지난 경기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며 팀의 8-1 승리를 이끌고 자신의 진가를 과시했다.
포심패스트볼 최고 구속은 153km까지 나왔고, 커브(15구), 슬라이더(17구), 체인지업(14구)는 물론 변형패스트볼까지 섞으며 좋은 컨디션을 뽐냈다. 총 95구 중 볼은 단 28개였다.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았던 켈리다. 시즌 첫 8경기까지 평균자책점이 5.71에 이르렀다. 시즌 초반에는 오른쪽 어깨 부위의 통증으로 로테이션을 건너 뛴 적도 있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켈리의 로케이션이 흔들렸다”고 부진 원인을 뽑았다. 구속 등 여러 정황이 정상을 가리키고 있었으나 밸런스가 미묘하게 깨지며 제구가 들쑥날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힐만 감독은 “좌우 코너에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 돌아오면 반드시 반등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실제 켈리는 그 능력을 되찾은 뒤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직 로케이션이 들쭉날쭉한 감은 있으나 시즌 초반에 비하면 일관성이 확실히 좋아졌다.
켈리는 직전 등판인 5월 26일 인천 한화전에서 7이닝 4피안타(1피홈런) 10탈삼진 2실점 호투로 승리를 따냈다. 약간씩 흔들린 제구였지만 오히려 확실한 유인구로 상대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날은 제구까지 좋아지면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선보였다.
위기관리능력도 빛났다. 1회 선두 오태곤에게 우전안타, 로하스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무사 1,2루에 몰렸으나 박경수를 3루수 병살타로 요리했다. 여기에 황재균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다. 3회 심우준에게 홈런 한 방을 맞기는 했으나 툭툭 털고 일어난 켈리는 5회까지 추가 실점을 하지 않으며 버텼다.
이어 6회에는 오태곤 로하스에게 역시 연속 안타를 맞고 무사 1,3루에 몰렸으나 박경수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아냈고 황재균 윤석민을 범타로 요리하면서 무실점으로 버텼다. 삼진을 잡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 위기 상황에서 얼마나 큰 위력인지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이런 켈리의 평균자책점은 2경기 전 5.71에서 순식간에 4.75까지 떨어졌다. 다른 선수들보다 적은 이닝을 소화했음에도 탈삼진 랭킹에서도 상위권으로 올라왔다. 선수 스스로 몸 상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남은 시즌에 대한 기대치도 높아지는 추세다. SK는 아직 90경기를 남겨두고 있고 켈리가 팀에 공헌할 시간은 충분히 남아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