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야간 특타까지 자청했다. 6월 들어 타격 슬럼프에 빠진 이용규(33·한화)가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16일 대전 두산전을 마친 뒤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외야 실내 연습장으로 향했다. 팀 동료 하주석·김회성·장진혁·김태연과 함께 자발적으로 야간 나머지 '특타'를 한 것이다. 타격 슬럼프가 생각보다 오래 가자 이용규도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용규는 6월 14경기에서 53타수 8안타 타율 1할5푼1리에 그치고 있다. 볼넷 8개를 골라냈지만 출루율도 2할8푼1리로 3할을 넘지 못한다. 6월 이후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 68명 중 타율 65위, 출루율 57위로 이용규답지 못하다. 시즌 타율은 3할에서 내려와 2할8푼4리까지 떨어졌다.
이용규는 3~4월 28경기 타율 3할1푼5리, 출루율 3할8푼5리로 스타트를 끊었다. 5월 20경기에선 타율 3할3푼8리, 출루율 4할6푼5리로 맹활약했다. 5월 출루율 리그 2위로 한화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6월 들어 찾아온 슬럼프가 중순까지 이어지며 고민이 깊어져 간다.
땅볼 타구가 많아진 게 문제. 5월까지는 땅볼 아웃 48개, 뜬공 아웃 48개로 비율이 같았지만 6월에는 땅볼 비율이 급상승했다. 뜬공 아웃이 11개인 반면 땅볼 아웃이 29개로 2.64배나 많다. 기본적으로 타구 질이 좋지 않고, 밀어치기도 상대 시프트에 걸리고 있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이용규의 부진에 대해 "체력적으로 많이 지쳤다"고 말했다. 올해 이용규는 팀의 68경기 중 62경기를 뛰었다. 중견수로 61경기에서 508⅔이닝을 수비했다. 30대 야수 중에서 최다 수비이닝이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체력 소모가 많은 스타일이다. 16일 두산전은 체력 안배 차원에서 시즌 첫 지명타자로 나서기도 했다.
이용규의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한화 타선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월 14경기에서 한화의 팀 타율(.262) 출루율(.325) 모두 리그 9위에 그치고 있다. 이용규가 루상에 나가 상대 수비를 흔들어줘야 팀 타선이 살아날 수 있다. 한화로선 이용규의 슬럼프가 끝나길 바랄 뿐이다.
다행히 16일 두산전 9회말 마지막 타석에서 우전 안타를 쳤다. 앞선 타석에서도 외야로 나간 타구가 2개나 있었다. 좋은 라인드라이브가 나오기 시작한 건 희망적이다. 야간 특타까지 할 정도로 부진 탈출을 위해 안간힘 쓰는 이용규, 특유의 근성과 승부욕으로 6월 슬럼프를 끝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waw@osen.co.kr
[사진] 대전=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