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장자연의 사건이 9년 만에 수면 위로 오르면서 목격자, 당시 검사 등 관계자들의 증언들이 속출하고 있다. 데뷔 3년차, 고작 드라마 두 편 밖에 찍지 않은 故장자연은 왜 그 자리에 있었어야 했을까. 아직 채 밝혀지지 않은 그의 ‘괴로운 외침’에 많은 대중이 주목하고 있다.
지난 28일 JTBC ‘뉴스룸’에서는 고 장자연과 같은 소속사에 있었던 윤씨의 증언이 공개됐다. 윤씨는 “기업인, 정치인들도 있었다”고 그 당시 자리를 회상했고, “A씨가 테이블에서 춤을 추고 내려오는 장자연의 손목을 잡아당겨 무릎 위에 앉히고 강제로 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이 사건은 이른바 ‘장자연 사건’이라 불리며, 고 장자연이 2009년 3월, 유력인사들의 술접대와 성접대를 강요받고 폭행을 당했다는 유서와 리스트를 남기고 29세의 나이에 목숨을 끊으면서 알려졌다. 당시 매니저 유모씨가 리스트를 세상에 공개해 검찰의 수사가 이어졌지만, 소속사 대표, 매니저 등만 기소되고, 성접대 의혹을 받은 유력인사들에는 모두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져 ‘봐주기 수사’ 의혹이 일었다.
9년이 지난 2018년, 이 사건은 검찰 과거사위원회의 권고로 재수사에 들어갔고, 현재 전직 기자 A씨는 故 장자연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고 장자연 사건을 보며 윤씨도 다시 용기를 냈다고. 윤씨는 2009년 수사 당시, 동석자들의 자리배치까지 그려 제출하는 등 13차례 조사를 받았지만 묵살 당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윤씨의 주장과는 상반된 증언이 나오기도. 2009년 당시 고 장자연 사건의 수사를 직접 지휘했다는 전 검사 B씨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를 통해 윤씨의 진술에 모순점이 있었고, 중요 변경이 있었다며 외압 의혹, 봐주기 수사 의혹을 일축하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B씨는 “윤씨가 가해자로 지목한 인물을 조사 중 정정했으며, 윤씨 외에는 성추행을 목격한 사람이 없어 의심스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각종 증언들이 충돌하면서 고 장자연 사건은 격변기를 맞이하고 있다. 여기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데뷔 3년차인 신인 배우 고 장자연이 왜 기업인, 정치인들이 참석한 그 자리에 있었느냐는 것이다. 디테일한 부분에서 공방이 있을지라도, 이 자리의 목적성 자체가 사건의 본질이 되어야 한다는 건 변함없다.
국민이 공분을 표하는 이유도 바로 그 지점이다. 그리고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권고한 이유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윤씨 외에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과 웨이터 등이 아무도 목격한 바가 없다는 B씨의 말도 큰 공감을 받기 힘든 이유이기도 하다. 윤씨의 말대로 “소속사 대표가 통보하는 식으로 연락”을 받아 나간 그 자리가 ‘접대성’임은 변함이 없고, 이 자체로도 이미 ‘혐의없음’을 받았다는 것이 편파수사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지금 국민의 시선은 고 장자연 사건에 쏠려 있다. 지금이라도 공정하게, 성역 없이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연 고 장자연의 마지막 외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게 될까. 8월4일까지 약 두 달의 공소시효가 남은 고인의 사건이 어떻게 종결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 yjh030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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