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그를 평정했던 에이스들이 부상과의 싸움에서 서서히 승기를 잡아가고 있다. 김광현(30·SK)은 성공적인 복귀 시즌을 보내고 있고, 윤석민(32·KIA)도 그 뒤를 따라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김광현과 윤석민은 KBO 리그와 야구대표팀을 대표하는 에이스들이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MLB)에서 뛰고 있는 류현진(31·LA 다저스)과 더불어 ‘3대 에이스’로 뽑혔다. 실적은 굳이 나열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김광현은 2008년, 윤석민은 2011년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골든글러브도 한 차례씩 따냈다.
그러나 부상에 주춤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어깨 통증이 있었던 김광현은 이를 넘어서고 다시 마운드에 섰으나 2017년 초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고 1년을 통째로 쉬었다. 윤석민의 시련은 더 깊었다. 팔꿈치보다 더 재활이 어려운 어깨 쪽에 문제가 있었던 윤석민 또한 2017년 등판하지 못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구경만 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터널의 끝이 보인다. 김광현은 이미 성공을 예감하고 있다. 구단의 철저한 관리 속에 순항이다. 12경기에서 65⅓이닝을 던지며 7승2패 평균자책점 2.48로 호투했다. 피안타율은 2할3푼2리, 이닝당출루허용률(WHIP)은 1.09에 불과하다. 팔꿈치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지자 구속이 수술 전보다 위력적으로 올랐고, 더 공격적인 템포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고 있다.
각고의 노력 끝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는 다소 부진했다. 역시 어깨 문제를 일으킨 선수들이 피해가기 어려운 구속 저하에 울었다. 공끝이 밋밋했다는 평가였다. 예전의 윤석민을 기대하는 팬들로서는 납득하기 어려운 구위였다. 하지만 최근 불펜으로 돌아선 뒤 점차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9일 두산전에서는 1이닝 무실점으로 세이브를 수확했다. 구속이 140㎞대 중반을 찍는 등 서서히 스피드도 올라오는 추세다.
물론 아직 확실한 재기를 논하기는 이른 시점이다. 김광현의 경우는 여전히 조심스럽게 시즌을 보내고 있다. 두 번째 휴식을 취하고 있고, 올스타 브레이크를 전후해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넉넉한 시간을 준다는 심산이다. 하물며 어깨를 다친 윤석민은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통증 재발은 또 한 번의 장기 결장을 의미할 수도 있다. KIA 벤치도 윤석민의 연투는 피해가면서 시간을 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 성치 않은 몸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번뜩이는 공, 그리고 경기운영은 빛을 발한다는 평가다. 사실상 올해는 몸 풀기에 불과하다. 내년부터가 진짜 승부가 될 공산이 크다. 오래 쉰 것 같지만, 두 선수는 아직 30대 초반이다. 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팬들의 아쉬움 이면에는 기대감과 애정이 숨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skullboy@osen.co.kr
[사진] 김광현(왼쪽)-윤석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