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시점에 가면 지금 선발된 선수들보다 더 좋은 선수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선동렬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6월 1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고민의 흔적을 털어놨다. 좀 더 여유를 가지고 대회 직전까지 선수를 보고 싶었지만, 엔트리를 빨리 결정해야 하는 현실이 부담스러웠던 것이다. 실제 최종엔트리 선정일부터 대회 시작까지는 두 달의 시간이 남아있다. 그 두 달 동안 어떤 변수가 있을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가장 우려됐던 것은 선발된 선수들이 부상을 당하거나 부진에 빠지는 일이었다. 부상을 당하면 자연스럽게 교체 수순을 밟으면 되지만, 애매하게 컨디션이 떨어지는 경우는 대체도 쉽지 않다. 그런데 약 한 달이 흐른 현 시점, 그런 우려가 현실화되는 선수들이 있다. 남은 시간 동안 차분히 반등하기를 기다려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6월 11일 이후 대표팀 선수들의 성적은 어떨까.
포수 포지션은 큰 문제가 없다. 양의지(두산)와 이재원(SK)이 여전히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내야수에서도 주전으로 거론되는 박병호(넥센), 안치홍(KIA), 김하성(넥센), 최정(SK)에 아주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박민우(NC)는 오히려 선발 뒤 타율이 수직상승했다. 오지환(LG)은 6월 11일 이후 타율이 2할6푼4리로 선발 전 3할에 비해서는 떨어졌다.
외야도 건재하다. 6월 11일 이후 김재환(두산)의 OPS는 1.214, 박건우(두산)는 1.036, 김현수(LG)는 0.973, 손아섭(롯데)은 0.936이다. 전체적인 활약상에서 꾸준함을 이어가고 있다. 전천후 백업인 박해민(삼성)의 타율도 2할9푼3리로 선발 전보다 크게 떨어지지는 않았다. 전반적으로 야수들은 대회를 향해 착실하게 전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민은 투수다. 박종훈(SK)은 선발 이후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6으로 대활약하며 반등한 케이스다. 좌완으로 중책이 예상되는 양현종(KIA), 함덕주(두산), 정우람(한화)의 기량은 일단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만 우완 쪽에서는 이용찬(두산·5.16), 임찬규(LG·14.54), 정찬헌(LG·7.71), 최충연(삼성·7.20)의 평균자책점이 선발 전보다 크게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선발 당시 2점대 평균자책점(2.70)이었던 박치국(두산)도 선발 후에는 4.61이다. 선발 당시 성적이 썩 좋지는 않았으나 반등을 기대하고 뽑은 차우찬(LG·5.58), 임기영(KIA·4.73)도 확실한 반등은 아직이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쉽게 탈락했던 최원태(넥센·2.43), 고영표(KT·3.75)는 더 힘을 내고 있다.
물론 선발 전 데이터가 두 배 이상의 표본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비교는 무리가 따른다. 남은 한 달 동안 선수들이 원래 기량을 찾아간다면 지금의 기록은 더 나빠지기보다는 안정화될 가능성이 크다. 대표팀 전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흐름이다. 되도록 명단은 그대로 가는 것이 맞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다면 마지막까지도 ‘선택’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미 충분히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혼란이다. 스스로 태극마크를 달 자격이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