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했다. 실투 하나가 나오기 전까지는. NC 다이노스 이재학은 다시 한 번 불운과 마주했다. 과연 이재학이 싸운 상대는 누구였을까.
이재학은 24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정규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1사구 9탈삼진 2실점 역투를 펼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올 시즌 이재학은 리그에서 가장 불운한 선수 중 한 명이다. 이날 등판 전까지 평균자책점 4.06으로 리그 평균자책점 9위에 올라 있었다. 그러나 그의 승수는 단 3승에 불과했다. 이재학의 득점 지원은 단 2.21점에 불과했다. 호투를 펼치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한 경기가 부지기수.
이날 역시 이재학은 올 시즌 내내 그랬던 것처럼 속구와 체인지업을 바탕으로 마운드를 지배했다. 컨디션은 최고조였다. 속구의 구위는 날카로웠고 체인지업은 예리했다. '체인지업 마스터'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4회까지 단 1안타만 허용하면서 롯데 타자들의 방망이를 헛돌게 만들었다. 이재학은 그 어느 때보다 완벽한 투구를 펼쳐나갔다.
이재학은 5회말 선두타자 채태인을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다. 2회 선두타자 이대호에 안타를 허용한 뒤 10타자 만에 출루를 허용했다. 후속 신본기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안정을 찾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실투 하나가 이재학의 완벽한 투구에 오점을 남겼다. 스스로를 자책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자책마저 안타깝게 했다. 이재학은 1사 1루에서 앤디 번즈를 맞이했다. 그리고 초구 139km 속구를 던졌다. 공격적으로 스트라이크를 집어넣기 위한 공이었다. 하지만 이 공은 너무 무심했고 애석하게도 번즈의 배트에 걸리기 쉬운 바깥쪽 높은 코스로 향했다.
결국 번즈가 때린 타구는 우측 담장을 넘겼다. 1-0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안고 던졌지만 번즈의 홈런 하나에 리드는 순식간에 넘어갔다.
그리고 타선은 여전히 이재학을 도와주지 않았다. 4회 선취점 이전에 1회 1사 만루를 포함해 5회 무사 2루, 6회 2사 2루, 7회 2사 1,2루, 8회 무사 1,2루의 기회를 모두 허공에 날렸다.
이재학으로서는 통한의 실투에 통한의 피홈런일 수밖에 없었다. 이재학은 10패 위기에 몰렸지만 일단 9회초 2사 후 극적으로 동점을 만들면서 패전은 면했고 팀은 연장 12회 접전 끝에 겨우 승리했다. 하지만 이재학은 마운드에 있는 동안 혼자 싸울 수밖에 없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