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25일 비보를 접했다. 팀의 주전 3루수이자 간판타자인 최정이 허벅지 근육손상으로 이탈한다는 소식이었다.
최정은 24일 인천 두산전에서 주루 도중 왼쪽 허벅지 앞부분에 통증을 느꼈고 정밀검진 결과 3주 정도의 치료를 요한다는 판정을 받았다. 시즌 아웃이 될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니지만, 어쨌든 최정의 공백은 크다. 팀은 올 시즌 홈런 부문 선두를 잃었고, 수비에서도 최정이 없는 핫코너를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시즌을 치르다보면 부상이 나올 수도 있고, 최정은 아시안게임 휴식기가 끝나면 충분히 돌아올 수 있다”면서 “최정의 부상으로 팀이 패닉에 빠진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내야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최정의 공백을 메워가겠다는 의지였다. 그런 힐만 감독의 자신감을 증명한 선수는 최정의 친동생인 최항(24)이었다.
최항은 3루수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고, 지난해부터는 2루로도 뛰며 활용폭을 넓히고 있었다. 타격 재능과 타격 매커니즘 자체는 모두가 호평할 정도라 올 시즌에는 꾸준히 1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2·3루가 모두 가능한 자원으로 활용성이 높았다. 그런 최항은 형이 빠진 첫 날부터 대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는 1회 중요한 적시타를 쳤다. 1-0으로 앞선 2사 만루에서 유희관을 상대로 2타점 좌전 적시타를 쳤다. 여기서 만약 최항이 아웃됐다면 SK는 기회를 놓침과 동시에 두산의 반격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안타 하나로 2점을 더 벌면서 SK는 한결 여유있게 경기를 풀어나간 끝에 11-5로 이겼다. 전날 쐐기 솔로홈런으로 감을 끌어올린 최항이 기세를 이어나가는 순간이기도 했다.
수비에서도 맹활약이었다. 이날 선발 2루수로 나선 최항은 3회와 4회 모두 호수비를 선보이며 SK의 내야를 지켰다. 3회 조수행 타석 때는 우익수 앞으로 빠져 나가는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4회 양의지 타석 때는 불규칙 바운드를 껑충 뛰어 잡은 뒤 안정적으로 송구하는 기민함까지 선보였다. 형만한 아우가 없다고는 하지만, 아우도 형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