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전향으로 화제를 모은 강지광(28·SK)이 투수 데뷔전에서 강속구를 선보였다. 예상대로 구속은 어마어마했지만, 예상대로 아직 제구와 변화구는 숙제로 남았다.
강지광은 26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8-1로 앞선 9회 팀의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막았다. 안타 2개와 볼넷 2개를 내주며 고전한 끝에 2실점했다. 다만 넉넉한 점수차라 팀 승패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2009년 LG의 지명을 받은 강지광은 프로 데뷔 후 줄곧 야수로 뛰었다. 그러나 염경엽 SK 단장은 인천고 시절 위력적인 빠른 공을 던진 강지광의 어깨에 주목했다. 야수보다는 불펜투수로 더 경쟁력이 있다는 판단 하에 지난해 2차 드래프트 당시 강지광을 1라운드로 지명했다.
이후 강화SK퓨처스파크에서 투수 전향의 단계를 밟은 강지광은 퓨처스리그 19경기에서 18⅔이닝을 던진 뒤 이날 1군에 등록됐다. 2군에서는 최고 156㎞, 평균 150㎞ 정도의 패스트볼을 던진 강지광을 1군에서 시험해보려는 의도가 강했다. 당장 즉시 전력으로 쓰기보다는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는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었다.
팀이 8-1로 넉넉하게 앞서 예상보다 빨리 기회가 찾아왔다. 선두 이우성을 상대한 강지광은 1군 첫 공에서 153km(구단 공식 분석 기록)가 찍혔다. 이어 2구째 153km 패스트볼로 1루수 파울 플라이 처리했다.
이어 박세혁 타석 때는 초구에 155km의 강속구로 파울을 만들어냈다. 다만 2S 상황에서 제구가 조금씩 빗나가며 볼넷을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양종민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4구를 패스트볼로 던진 강지광은 5구째 136km 포크볼로 헛스윙을 만들어냈다.
류지혁에게 우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에 몰린 강지광은 최근 타격감이 좋은 오재일을 상대했다. 풀카운트 승부를 벌였으나 마지막 포크볼이 조금 높게 들어오며 또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여기서 정진호에게 우익수 옆에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맞고 1군 무대 첫 실점을 기록했다. 다만 허경민을 뜬공으로 처리하고 더 이상 위기를 확산시키지는 않았다.
강지광은 경기 후 "어떻게 던졌는지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것 같다. 꾸준히 투수 연습을 해왔지만 스트라이크크를 이렇게 못 던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고 아쉬워하면서 "역시 1군 무대는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첫 번째 등판이라서 감격스러웠지만, 나의 부족함도 느꼈기에 연습을 더 많이 해서 다음 번 등판은 깔끔하게 막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박재만 기자 /pjmpp@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