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선발에 대한 비판은 감독이 감수하겠지만 선수들의 사기를 꺾는 비난은 제발 자제해 주셨으면 좋겠다.”
선동렬(55)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하소연이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이런 저런 비판 여론에 적잖이 시달렸던 선 감독이 매스컴과 팬들을 향해 이런 호소를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특정 선수들을 표적 삼아 비판의 화살을 날리는 것은 그렇다손 치더라도 자칫 지나칠 경우 의욕상실로 이어지지나 않을까 저어하는 것이다. 물론 ‘독한 비판’이 거꾸로 선수들을 자극, 오기를 불러 일으켜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수도 있다.
선동렬 감독이 최근 사석에서 이런 발언을 한 것은 이번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이 한국 야구로서는 2020년 도쿄올림픽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일차 시험무대이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2019년 ‘프리미어12’에서 좋은 성적을 낸 다음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대첩’을 거두는 것이다.
선동렬 감독은 2017년 7월 24일 야구대표팀 전임 감독으로 선임 된 이후 젊은 선수들이 국제무대 경험을 쌓게 해 도쿄까지 끌고 간다는 구상을 자주 내비쳤다.
대표선수 선발은 언제나 잡음이 일 수밖에 없다. 100% 만족스러운 인선이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가 좋으면 잡음을 잠재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호된 비판 여론을 각오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병역미필 선수들 위주로 대표 팀을 구성하는 것이 성취동기를 고무시키는 데 유리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긴 하다. 배부른 선수들의 ‘태업’을 보느니 ‘병역 면제’를 받기 위해 온 힘을 다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노력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견해는, 국제무대 경험 부족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낼 수 있어 모험이다.
이번 선수 선발 속내를 들여다보면, 선 감독이 푸념을 할만하다. 대한체육회 방침에 따라 대표 팀 명단을 발표한 6월 11일은 대표 팀 소집 두 달 전이어서 불안정한 시점이었다. 선수들의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종잡기 쉽지 않았던 것이다.
선 감독은 그 시점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던 선수들 위주로 구성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을 했지만, 그 이후 일부 선수들의 부상과 극심한 부진이 ‘선발 실패’에 대한 비판으로 연결돼 곤욕을 치렀던 것이다.
어찌 됐든 야구대표팀은 8월 13일 부상으로 제 기량 발휘가 힘든 차우찬과 정찬헌(이상 LG 투수), 최정(SK. 3루수), 박건우(두산. 외야수) 등 4명을 최원태(넥센), 장필준(삼성. 이상 투수), 황재균(KT. 내야수), 이정후(넥센. 외야수)로 바꾸었다.
이제 야구 대표 팀 진용은 꾸려졌고 8월 18일 소집, 며칠 간 손발을 맞추어본 뒤 23일 인도네시아로 떠난다.
선 감독은 대표 팀 운용과 관련, “18일 선수단 소집 이후 기술적인 훈련은 하지 않겠다. 프로 선수들인 만큼 기량 대신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추어 누적된 피로를 빠른 시간 안에 풀 수 있도록 할 작정이다. 그에 따라 각 구단에 트레이너들을 파견해 주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사실 대표 팀에 대한 우려는 공격력이 아닌 투수진에 집중된다. 타자들에 비해 투수들의 피로가 훨씬 누적돼 있다. 양의지, 김현수, 박병호, 김재환 등 장타력을 갖춘 선수들과 리딩히터로 돌출,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정후와 손아섭 등이 대만이나 일본 투수들을 충분히 공략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투수들 가운데는 어차피 에이스 노릇을 해야 할 양현종의 컨디션이 우승의 관건이다. 선동렬 감독은 양현종을 대만과의 예선 첫 경기와 결승전에 선발로 내세울 심산이다. 그만큼 양현종의 어깨 부담이 크다.
선 감독이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는 투수는 박종훈이다. 지면의 먼지를 일으킬 정도로 낮게 깔려 파고 들어가는 공을 던지는 박종훈은 희귀한 언더핸드형으로 제구력도 안정돼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 어떤 성과를 낳을 수 있을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선 감독은 “박종훈이 국제무대에서 보기 드문 유형의 투수여서 통할 수 있다. 앞으로 경험을 쌓는다면 도쿄 올림픽에서 기대를 걸만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야구 대표 팀이 이번 아시안게임을 징검돌 삼아 도쿄 올림픽까지 ‘일로매진’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