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류현진(31·LA 다저스)은 류현진이었다. 복귀전에서의 강렬한 인상으로 모든 우려를 날렸다.
류현진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경기에서 6이닝 동안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성공적인 복귀를 알렸다. 비록 불펜이 승리 요건을 날리기는 했으나 건재를 과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을 찾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시즌 초반 잘 나가다 5월 3일 애리조나 원정에서 사타구니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다. 그 후로 세 달 넘게 재활에만 매달린 류현진이었다. 하지만 이날 복귀전에서 거의 완벽한 가까운 컨디션과 로케이션을 선보이며 현지의 극찬을 한몸에 받았다. “판타스틱”이라는 단어가 방송과 지면을 도배했다.
이런 류현진의 성공적인 복귀는 다저스 마운드에 큰 도움이 된다. 예상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현지 언론의 전망이다. 불펜 사정 때문이다.
다저스는 현재 부동의 마무리인 켄리 잰슨이 부정맥 증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예상보다 복귀가 빠를 전망이기는 하지만 몸 상태에 대한 의구심은 남는다. 여기에 잰슨이 정상적으로 돌아온다고 해도 나머지 불펜 투수들이 약하다. 잰슨까지 이어지는 고리가 헐겁다. 최근 경기에서 잘 증명된 명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류현진이 자리를 잡는다면 포스트시즌에서 선발투수들을 불펜으로 돌릴 수 있다. 포스트시즌에는 네 명의 선발이면 된다. 지역 최대 언론인 ‘LA 타임스’는 지난 17일 “만약 류현진이 지난 수요일 복귀전만큼의 투구를 이어갈 수 있다면, 다저스는 알렉스 우드를 10월에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물론 포스트시즌에 간다는 전제 하이기는 하지만 다저스는 이미 마에다 겐타가 위기의 불펜을 구원하기 위해 보직을 이동했다. 현 시점에서 클레이튼 커쇼, 리치 힐의 선발 활용은 확실시된다. 여기에 류현진이 자리를 잡고, 좌완 일색의 로테이션에서 탈피하기 위해 올스타 투수인 우완 로스 스트리플링이 선발진에 가세할 수 있다.
이 경우 마에다와 우드라는 좌우 릴리프가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 강속구를 던지는 신인 워커 뷸러도 이닝수에 따라 활용될 여지가 있다.
반대로 류현진의 성적이 처지면 문제가 된다. 다저스는 이미 지난해 류현진이 불펜에서 던지는 것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바 있다. 평생 선발로 던진 류현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도 제외됐다. 이 경우 우드가 선발진에 합류해야 해 불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좌완 하나가 줄어든다. 다저스 마운드의 키를 류현진이 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셈이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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