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호 만나는 박항서, "조국 한국 너무 사랑하지만 난 베트남 감독"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8.08.28 00: 51

"조국 한국을 너무 사랑하지만 난 현재 베트남 감독이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은 지난 27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버카시 패트리어트 찬드라바가 스타디움서 열린 시리아와 대회 8강전서 연장 혈투 끝에 연장 후반 3분 응우옌 반 토안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4강행을 이끈 박항서 감독은 오는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보고르 파칸사리 스타디움서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한국과 결승행을 다투게 됐다.

베트남은 시종일관 시리아의 공세에 고전했다. 단단한 수비로 걸어잠근 뒤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연장 후반 3분 카운터 어택으로 혈투를 매조졌다. 응우옌 반 토안이 4강행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 취재진의 박수를 받으며 공식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그는 "오늘 또 우리가 한 걸음 딛는 데 성공했다. 정말로 우리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 그들의 감독인 게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틀 뒤 조국 한국을 넘어야 새 역사를 창조할 수 있는 박항서 감독은 "울지 않을 것이다. 정말 이상하다. 내 조국은 한국이고, 난 조국을 너무 사랑한다"면서도 "하지만 난 현재 베트남 대표팀의 감독이다. 베트남 감독으로서 책임과 임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박항서 감독은 "하루 쉬고 경기를 하는 건 한국도 똑같다. 두 팀 다 연장전을 해 체력적인 소모도 같다. 지금 상태에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빨리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 거기에 초점을 맞추겠다. 코칭스태프도 한국 경기를 비디오로 분석했다. 더 정확하게 분석하겠다"고 승리를 조준했다.
K리그 감독 시절 친분이 있었던 김학범 감독과 맞대결에 대해서는 "김학범 감독과는 K리그부터 지금도 같은 호텔에 있다. 어제도 그제도 만났다"며 "김 감독은 K리그에서 경험이 많다. 잘 알다시피 한국의 퍼거슨이라 불릴 정도로 지략가다. 충분히 한국 대표팀을 이끌 수 있는 능력 있는 훌륭한 지도자다. K리그 동료로서 오랜 시간을 함께한 만큼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노력하겠다"고 명승부를 다짐했다.
선수비 후역습 전술은 베트남의 주무기가 됐다. 박항서 감독은 "최상의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들을 한국전에 세우겠다"며 "골키퍼를 포함해 19명의 선수가 있다. 누가 나와도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대부분 경기를 잘해줬다. (벤치에 있는) 쯔엉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격려했다.
베트남 지휘봉을 잡은 뒤 가장 강조한 점으로는 "베트남에 와서 행복하고 즐겁게 일하고 있다. 내가 갖고 있는 철학과 노하우를 최대한 선수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별한 건 없다. 항상 우리는 베트남 정신으로 무장한 '내가 아닌 우리'라는 걸 강조하고 있다. 선수들이 잘 따라준 결과다. 우리는 팀으로서 단합심이 강하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코치로 경험했던 박항서 감독은 베트남에서는 감독으로 4강 신화를 썼다. 박항서 감독은 "2002년엔 코치였지만 지금은 감독이다. 당시는 4강에서 멈췄지만 지금은 4강에서 멈추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dolyng@osen.co.kr
[사진] 버카시(인도네시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