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경기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홈런을 친 한국의 황재균과 이정후에게 인도네시아와 홍콩 선수들이 손을 내밀거나 덕아웃에서 박수로 아낌없는 축하는 해주는 모습이었다. 한국 선수들이라면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다.
무언가에 쫓기듯이 여유를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 선수들과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비록 순수한 아마추어선수들이기는 하지만 돈에 물든 한국 프로선수들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행동이 아닐 수 없다.
여러 논란 속에 이번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한국 야구선수들, 그들은 유일한 프로단일팀이었지만 오히려 경기력과 행동거지에 의문부호를 달게 만들었고 야구팬들의 비난을 샀다. 그 바탕에는 ‘병역 미필자의 무리한 대표선수 선발’이라는 비판이 깔려 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병역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른바 ‘경력 단절’을 꺼려한 나머지 심지어 예전에는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브로커에게 돈을 주고 병역을 면제 받으려는 집단 범법 행위(병역 파동)까지 있었다. 대표 팀에 들어가 좋은 성적(아시안게임은 금메달, 올림픽은 동메달 이상)을 내면 병역을 면제 받는 것은 물론 합법적이다. (병역법 시행령 제68조11 ‘예술·체육요원의 추천 등’)
이 시점에서 프로선수들, 특히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이 같은 혜택을 주는 것이 과연 합당한가.’에 대한 ‘독한 회의’가 든다.
이런 문제는 사실 선수개개인의 ‘일탈’ 이전에 오로지 금메달에 목을 매는 온 나라의 국민적 정서 때문일 수도 있다. 성적 때문에 아마추어 단체(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자신의 고유한 권한과 책임을 프로(KBO)에 떠넘겨온 관행 아닌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선수 선발과정의 구조적인 문제로도 귀착된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 프로-아마 합작 대표 팀 구성은 야구의 경우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스컴이 ‘드림팀’ 운운하며 미화, 포장을 했던 야구대표 팀에는 당시 LA 다저스 소속의 박찬호 같은 해외파와 국내 프로 구단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을 뒤섞여 있었다. 당시에도 박찬호가 과연 금메달을 따내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렸던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그 때에는 프로 12명, 아마 10명으로 얼추 구성 비율을 맞추었고 대표 팀 사령탑도 아마추어 지도자(주성로 감독)였다. 그 이후 통합 이전의 대한야구협회가 프로의 지원을 이유로 점차 프로 측에 선수단 구성을 일임하기 시작했다. 그 절정이 전원 프로 지도자와 선수들로 구성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이었다.
병역 면탈을 위해 안간힘을 다한 프로선수들, 당사자와 선배들의 절박감이 베이징 금메달로 나타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결과였다고 해야 할까.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동렬호’가 유난스레 집중적인 비판을 받는 것은 선수선발의 합리성 결여 때문이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는 물론 KBO 조차 이번 대표 팀 구성 과정에서 전혀 용훼나 간섭을 하지 않고 대표 팀 코칭스태프에게 전권을 맡겼다. 과거에는 기술위원회를 통해 선수를 거르는 과정이라도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선동렬 감독은 1, 2차 선발 시점에서 성적이 좋은 선수를 우선적으로 선발했다고 설명을 했지만 병역 면탈을 위해 군 복무를 일부러 미룬 오지환(LG)을 뽑는 바람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진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KBO 일각에서는 “이럴 바에는 차라리 골든글러브 후보 선정처럼 포지션별로 일정한 성적 기준을 설정해 그 기준을 충족시키는 선수들을 뽑는 게 합리적일지도 모르겠다.”는 푸념이 나온 것도 당연하다.
리그 중단을 단행하면서까지 병역 면탈을 위한 대회로 전락한 아시안 게임에 더 이상 프로야구 선수들을 내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저 아시안게임 창구노릇만 하고 모든 지원과 선수선발을 프로에 넘겨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도 앞으로는 본디자리로 돌아가 제 권한을 찾고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프로 측에 지원을 당당하게 요청하고 축구처럼 ‘와일드 카드’ 식으로 적합한 선수를 프로 구단 측에 협조 요청을 하는 것이 마땅하다. 만약 프로 구단들의 협조가 미온적이라면, 아예 아마선수들 위주로만 구성을 하며 된다. 성적에 대한 비난은 감수하면 된다.
한 원로 야구인이 프로구단 감독 시절에 소속 타자에 대한 타격왕 밀어주기로 매스컴의 비판을 받게 되자 ‘비난은 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하다’는 명언을 남겼다. 혹시라도 비난을 받더라도 병역 면제만 받으면 된다는 그런 발상을 하는 선수가 있다면, 제도적으로 그 길을 차단하는 것이 옳다.
시대가 바뀌었다. 올림픽은 어쩔 수 없다손 치더라도 적어도 이제는 아시안게임에 병역 미필의 프로선수들을 내보내 팬들의 분노와 비난을 사는 일은 끝장내야 한다. KBO가 몇 선수들의 병역 면탈을 위해 리그 중단까지 하며 지원을 하는 것은 잃는 게 너무 많다.
글/ 홍윤표 OSEN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