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들을 거들 것으로 예상했던 영건 불펜 3인방이 오히려 아시안게임의 핵심 선수들이 됐다. 마운드 소모가 예상보다 적지 않은 가운데 마지막까지 힘을 내게 할 관리법도 중요하다.
선동렬 감독이 이끄는 야구대표팀은 30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야구’ 일본과의 슈퍼라운드 첫 경기에서 5-1로 이기고 한숨을 돌렸다. 4점차로 승리함에 따라 31일 중국과의 슈퍼라운드 두 번째 경기에서 이길 경우 사실상 결승 진출이 확정적이다.
다만 한 가지 변수는 있다. 투수 소모다. 28일 홍콩전부터 마운드 운영이 꼬이고 있다. 당초 이르면 5회, 늦어도 7회 콜드게임을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9회까지 모두 소화하면서 투수들을 예상보다 더 썼다. 임찬규 이용찬 장필준까지는 그렇다 치더라도 함덕주가 1이닝, 박치국이 2이닝을 소화하며 예상치 못하게 체력을 소비했다.
30일 중국전에서도 역시 예상보다 더 큰 투수 소모가 있었다. 선발로 나선 최원태가 3~4이닝 정도는 무난하게 잡아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갑작스러운 팔꿈치 통증으로 2이닝밖에 소화하지 못한 것이다. 이에 롱릴리프 이용찬이 3⅔이닝 동안 56구를 던졌다. 남은 2경기에는 나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원태의 상태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보수적으로 본다면 역시 남은 2경기에는 나서지 못할 것으로 보는 게 낫다.
최원태와 이용찬이 대회를 마무리했다고 가정할 때 사실 남은 2경기 투수 운영이 그렇게 여유가 있는 편은 아니다. 결승전 선발로 뛸 것이 확실시되는 양현종과 28일 49구를 던진 임찬규를 빼면, 중국전에는 임기영과 박종훈이 등판할 수 있다. 콜드게임으로 빨리 끝내는 것이 유리하기는 하지만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에 마무리 정우람이 장염으로 컨디션이 좋지 않다. 장필준은 홍콩전에서 썩 좋은 투구가 아니었다.
함덕주 최충연 박치국을 최대한 아끼면서 결승에 들어가야 승산이 높아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세 선수는 가장 중요한 한 판이었던 대만전에 모두 나왔다. 이는 현재 대표팀 불펜투수 중 컨디션이 가장 좋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미 대회에서 체력 소모가 적지 않다. 되도록 중국전에서는 모두 등판하지 않는 것이 좋다.
실제 최충연은 대만전에서 1⅓이닝, 일본전에서도 1⅓이닝을 던졌다. 무리하면 연투도 할 수 있겠으나 구위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함덕주는 사실상 마당쇠다. 대만전에서 1이닝, 홍콩전에서 1이닝, 그리고 일본전에서 2이닝을 던졌다. 역시 중국전은 쉬게 해줘야 한다. 박치국도 홍콩전에서 2이닝을 던졌다. 중국전에서는 나가더라도 짧은 이닝만 던지게 하는 것이 결승을 생각하면 낫다.
결국 중국전은 임기영이든, 박종훈이든 선발로 나서는 투수들이 최대한 긴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 어차피 연투는 쉽지 않은 선발 유형들이라 이번 대회가 중국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기도 하다. 장필준이 대기하는 가운데 정우람의 컨디션도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경기의 기선을 제압하며 쉽게 가야 투수 운영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
이렇게만 된다면 한국은 결승전에서 양현종을 비롯, 불펜 영건 3총사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3총사는 좌·우·사이드라는 점에서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정우람이 컨디션을 회복해 대기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선동렬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투수 교체 자체는 성공적으로 가져가고 있다. 마지막 전략이 필요할 때인데, 타선의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
[사진] 함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