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보이스2'가 지난해 시즌1에 이어 안방을 장악하고 있다. 12부작이라 지난 8월 11일에 시작해 16일 종영을 앞두고 있는데 단연 돋보인 스토리는 지난 3회였다.
지난달 18일 방송된 '보이스2' 3화는 미성년자 성범죄 이후 피해자들 및 가족들의 아픔과 상처, 가해자들의 재범에 대한 이야기를 현실적으로 다뤄 호평을 받았다. 그 중심에 배우 연제욱이 있었다.
연제욱은 미성년자 성폭행 가해자 염기태로 분해 시청자들의 소름을 유발했다. 삐에로 분장을 하고서 아동을 유린하거나 형사 도강우(이진욱 분)에게 붙잡힌 후에도 뻔뻔한 얼굴을 해 안방의 분노를 이끌었다.
방송 이후 연제욱을 만났다. 때려주고 싶은 염기태는 온데간데 없고 선한 인상의 배우 연제욱이었다. 1회 출연만으로도 배우의 품격을 완벽하게 알린 그다. 연제욱과 나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본다.
◆"지욱아 고마워"
연제욱은 오디션을 통해 염기태 역을 따냈다. 4번의 미팅을 통과했고 2달 정도 캐릭터를 준비했다. 염기태는 성범죄를 놀이라고 생각한다는 설정 역시 그의 분석이었다. 그래서 극 중 염기태는 삐에로 분장으로 자신이 겁탈한 여학생 희주의 남동생 지욱이를 꼬여냈다.
"미팅 때 "염기태의 집 벽지는 무슨 색일까?"라고 물어보시더라고요. 흰색이라고 답했죠. 성범죄를 놀이로 접근하는 캐릭터도 구상했고요. 이승영 감독님과 마진원 작가님이 많이 맡겨 주셨어요. 조두순 같은 범죄자들을 염두에 두는 건 도움이 안 될 것 같았지만 사건을 세세히 찾아서 보긴 했죠. 주어진 상황에 집중해 연기했어요."
"지욱이한테 고마울 따름이에요. 9살인데 의젓하더라고요. 제가 삐에로 분장을 하고 덤볐는데도 무서워하지 않고 오히려 제가 더운 걸 걱정해주더군요(웃음). 담대한 아이였어요. 물론 제작진이 아이를 많이 배려해줬죠. 심리 상담 치료도 물론이구요."
◆"염기태 뻔뻔해"
극 중에서 염기태는 희주(이유미 분)를 성폭행한 뒤 6년 만에 출소했다. 반성했다며 희주의 가족 앞에 나타나 무릎까지 꿇었지만 이는 답사였다. 염기태는 성장한 희주 대신 "작은 희주랑 놀거야"라며 남동생 지욱을 납치했다. 이 때문에 희주의 가족은 절망했다.
"저 역시 방송을 보면서 울었어요. 피해자랑 가족 입장에서 보니까 울 수밖에 없더라고요. 염기태가 붙잡히고서도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그래요?'라고 말하잖아요. 법 테두리와 구고적인 문제를 꼬집는 거였죠. 말 같지도 않은 말인데 현실이잖아요. 미수에 그쳐서 몇 년 안 살고 또 나온다는 것도요. 화나죠."
"감독님도 염기태를 비릿하게 연기해 달라고 하셨어요. 가해자를 극악무도하게 그리면 보신 분들이 더 크게 와닿을 거라고요. 염기태는 아마 출소해서도 새롭게 거듭나지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더 얼마 안 살고 나오면 안 되는데. 개인적으로 '보이스3'에도 함께 하고 싶은데 염기태로는 절대 안 되죠. 점 찍고 다른 캐릭터로 출연하면 안 될까요? 하하."
◆"도강우 욕은 이진욱 애드리브"
결국 염기태는 도강우에게 붙잡혔고 흠씬 두들겨 맞았다. 도강우는 반성하지 않는 염기태를 개인 감정을 담아 발로 찼고 계단에서 굴렸다. 거친 욕도 내뱉었는데 이는 이진욱의 애드리브였다고. 연제욱은 1회 출연만으로도 풍성한 스토리를 완성했다.
"촛불을 끄는 신이 있었는데 촛농이 눈에 튀어 들어갔어요. 큰일이었지만 그냥 촬영하자고 했는데 감독님이 바로 병원에 보내주셔서 다행히 세척했어요. 계단에서 구른 건 대역 배우였는데 저는 숟가락만 얹었고요. 감사하고 고마웠죠. '보이스2'는 짧지만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친한 배우들이 많아서 같이 오래 하고 싶었는데 짧게 있다 와서 아쉽기도 해요. '나인' 때 제가 이진욱 형 오른팔이었는데 이번엔 미친놈, 쓰레기 소리를 많이 들었네요(웃음). 그래도 뻔뻔한 범죄자들을 향해 시원하게 욕을 쏟아낸 거니까 통쾌하셨죠?"
(인터뷰 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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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 '보이스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