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왕 경쟁에 불이 붙었다. 최종적으로 ‘홈런왕’이 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일 수도 있겠지만, 설사 홈런왕이 되지 못한다고 해도 후보자들은 이미 빛나는 시즌을 만들어가고 있다.
홈런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세 선수가 18일 나란히 대포를 쏘아 올렸다. 홈런 선두인 김재환(30·두산)과 2위 박병호(32·넥센)는 같은 경기장에서 한 방씩을 주고 받았다. 김재환이 41호 홈런을 치자, 박병호가 40호 홈런으로 응수했다. 같은 시간 수원에서는 멜 로하스 주니어(28·KT)가 승리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으로 자신의 시즌 37호 홈런을 장식했다. 세 선수는 나름대로 KBO 리그의 역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박병호, 이미 살아있는 전설적 홈런왕
스스로도 홈런 개수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부상으로 빠진 기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박병호는 박병호였다. 홈런 페이스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더니, 어느덧 홈런왕 경쟁에 합류했다. 그리고 18일에는 KBO 리그 역사에 남을 대업을 썼다. 3년 연속 40홈런이 그것이다.
KBO 리그 역사상 3년 연속 40홈런을 친 타자는 박병호가 처음이다. 박병호는 2014년 52홈런, 2015년 53홈런을 기록한 뒤 메이저리그(MLB) 도전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좋은 기억을 만들지 못했으나 복귀 첫 시즌에 건재를 과시했다.
지금까지 팀이 치른 경기수가 가장 많아 홈런왕 경쟁에 있어서는 김재환에 비해 다소 불리한 감은 있다. 그러나 박병호는 몰아치기의 달인이라는 점에서 막판 스퍼트에 기대가 몰린다. 박병호는 올 시즌 10.8타석에 한 개꼴의 홈런을 치고 있다. 역대 최고 기록은 2003년 이승엽(삼성)의 10.6타석이었다. 박병호가 좀 더 힘을 낸다면 이승엽의 기록을 넘어설 수도 있다.
▲ 김재환, 잠실 역사 다 갈아 치운다
김재환의 홈런 페이스도 놀랍다. 국내에서 가장 구장 규격이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41개의 홈런을 때렸다는 자체가 대단하다. 실제 잠실을 홈으로 쓴 타자 중 40홈런을 넘긴 선수는 당대의 외국인 선수였던 타이론 우즈 뿐이다. 우즈는 1998년 42개의 홈런을 때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이제 김재환은 당시 우즈의 기록까지 1개가 남았다. 경기수가 많아 이런 기록을 만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시 우즈는 126경기에서 42홈런을 쳤다. 김재환은 124경기에서 41홈런이다. 거의 비슷한 페이스다.
홈런뿐만이 아니다. 타점에서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잠실 타자 한 시즌 최다 기록(124타점)까지 4개가 남았다. 지난해 세운 328루타는 이번 주내에도 경신할 수 있다. 현재 370루타 페이스인데, 역대 최고 기록은 2015년 박병호의 377루타다.
▲ 로하스, 중견수 역사를 다시 쓴다
로하스는 올 시즌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는 기록 제조기다. 아무래도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과 연관이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간과되어서는 안 될 여러 의미를 갖는다. 외야수 중 수비 부담이 가장 큰 중견수로 뛰면서도 어마어마한 성적을 내고 있다.
로하스는 18일까지 37개의 홈런과 100타점을 기록했다. 이는 이미 KT 역사상 최고 기록이다. 여기에 리그 중견수 최고 기록을 향해서도 가고 있다. 종전 중견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2000년 박재홍(당시 현대)의 32홈런이었다. 로하스는 이미 이를 뛰어넘어 매번 신기록을 새로 쓰고 있다. 100타점-100득점을 동시에 기록한 중견수라고 해봐야 박재홍, 짐 아두치, 로저 버나디나 정도뿐이다.
내친 김에 중견수 한 시즌 최다 타점에도 도전할 만하다. 2000년 박재홍이 115타점을 기록 한 바 있다. 당시 박재홍은 132경기에서 30-30 클럽 가입했을 뿐만 아니라 101득점-115타점까지 쓸어담아 KBO 리그 역사에 전설로 남아있다. 로하스도 17개의 도루를 기록하는 등 기동력에서도 보탬이 되고 있다. 박재홍의 전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