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재(28)가 한화의 긴 토종 선발승 가뭄을 날렸다. 한용덕 한화 감독의 용병술이 SK를 압도한 날이었다.
한화는 2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8-2로 이기고 2위 SK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좁혔다. 투타 모두 힘을 낸 경기로 2위 탈환의 불씨를 되살렸다.
선발 장민재가 호투했다. 직전 등판인 13일 청주 SK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잘 던지고도 패전을 안은 장민재는 SK 킬러의 위용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날 5⅔이닝을 72개의 투구수로 막으면서 1실점으로 버텨 승리를 따냈다. 장민재의 시즌 5번째 승리였다.
패스트볼 구속은 130㎞대 중후반에 머물렀으나 몸쪽과 바깥쪽을 오가는 로케이션이 워낙 좋았다. 여기에 포크볼과 커브를 적절하게 섞으며 SK 타자들의 눈을 현혹했다. 몸쪽 승부에 유난히 약한 SK 타자들의 약점을 잘 파고들었다.
이 승리는 한화로서는 의미가 컸다. 두 가지 의미가 있었다. 우선 길었던 토종 선발 무승의 늪에서 벗어났다. 한화는 7월 20일 대구 삼성전에서 김민우가 선발승을 기록한 뒤 토종 선발들이 단 1승도 기록하지 못했다. 하지만 장민재가 이 사슬을 끊었다. 여기에 한화는 포스트시즌에서 SK를 만날 가능성이 있는 팀이다. SK 대비 자원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적지 않았다.
한용덕 감독의 용병술도 빛났다. 한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김광현을 상대로 잘 치지 못해 이번에 라인업을 바꿨다”고 이야기했다. 우타자를 최대한 많이 라인업에 넣었는데 이것이 적중했다.
특히 최재훈 대신 주전 포수로 들어간 지성준은 홈런을 쳤고, 올 시즌 부진으로 선발 기회가 드문드문했던 최진행도 김광현을 상대로 홈런을 치며 한 감독의 믿음에 100% 부응했다. 6-1로 앞선 8회에는 대타 이성열이 2타점 적시타를 치며 용병술에서 SK를 눌렀다.
여기에 한 감독은 장민재의 투구수가 72개였으나 결과보다는 구위를 면밀하게 체크하며 비교적 적시에 투수 교체를 이뤄가며 SK의 예봉을 꺾었다. 결과적으로 송은범 정우람이라는 핵심 불펜까지 아껴 다음 날 전망도 밝혔다. /skullboy@osen.co.kr
[사진] 인천=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