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는 외국인 투수인 우완 앙헬 산체스가 어깨 통증 및 부진으로 현재 1군에서 빠져 있다. 이에 28일 인천 NC전에는 임시 선발을 넣어야 할 상황이었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심사숙고 끝에 지난해까지 선발로 뛰었던 윤희상을 선발로 낙점했다.
윤희상은 데뷔 이후 지난해까지 줄곧 선발로만 뛴 베테랑이다. 그러나 올해는 단 한 번도 선발로 등판하지 않았다. 25일 인천 LG전에도 등판했으니 휴식이 충분하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힐만 감독도 5이닝 이상의 전형적인 선발투수 몫을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3이닝 50구 정도를 염두에 두고 있는 듯 했다. 사실상 첫 번째로 나서는 투수, 오프너에 가깝다.
윤희상이 3이닝을 훌륭하게 버텨도 남은 6이닝을 불펜이 해결해야 한다. 때문에 SK는 28일 동원할 불펜을 계산하느라 바빴다. 그래서 27일 경기가 중요했다. 27일 불펜을 많이 쓴다면 28일에는 불펜 여력이 확 줄어들 수밖에 없다. 28일이 일요일도 아닌, 금요일이라는 점에서도 고민이 컸다. 그러나 27일 선발투수가 이런 SK 벤치의 고민을 싹 지웠다.
메릴 켈리(30)는 힐만 감독이 계획하는 불펜 데이를 앞두고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생각과 함께 마운드에 올랐다. 안타를 맞더라도 투구수를 아끼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적으로 승부했다. 그 결과는 성공이었다. 켈리는 이날 6회를 단 66개의 공으로 끊는 등 최선을 다한 끝에 7이닝 동안 6피안타(2피홈런) 무사사구 4탈삼진 2실점 호투로 팀의 11-4 대승을 이끌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12번째 승리.
1회 나성범, 2회 모창민에게 솔로홈런을 하나씩 맞기는 했지만 투구는 좋았다. 후반기 최고투수다운 상승세였다. 150㎞를 웃도는 빠른 공과 다양한 변형 패스트볼, 체인지업과 커브 등을 적절히 섞으며 힘을 냈다. 구속은 최근 등판에 비해 다소 떨어졌지만 그래도 타자들을 상대하기는 충분한 힘이었다.
타선도 1회 2점, 2회 2점, 3회 4점, 6회 3점을 뽑는 등 켈리를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점수차에 여유가 생긴 켈리는 좀 더 편안하게 투구수 절감을 목표로 두고 던질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도 강했다. 7회 2사 1,3루 위기가 있었으나 이우성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실점하지 않았다.
경기 후 켈리는 "팀 타선이 초반에 많은 점수를 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점수를 내준 동료들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면서 8회에 등판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다음 주 스케쥴이 맞춰 투구수와 몸 상태를 체크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 전 이닝 휴식이 길었기 때문에 더 던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켈리 덕에 SK는 이날 불펜 요원을 2명만 소모했다. 게다가 필승조가 모두 휴식을 취했고 이날 경기에 나선 박민호 전유수도 1이닝씩을 던진 까닭에 28일에도 대기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내일 모든 불펜 투수들이 대기하는 총력전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다. 만약 SK가 28일에도 승리한다면 켈리의 승리 지분은 그 경기까지 이어질 것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