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위 싸움에 갈 길이 바쁜 KIA의 절박함이 불펜 기용에서 잘 드러났다.
KIA는 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7-3으로 이기고 전날 삼성전 대패의 후유증에서 재빨리 벗어났다. 시즌 67승69패를 기록하며 6위 삼성과의 승차를 1.5경기로 벌렸다. 마지막 경쟁자가 될 수 있는 7위 롯데의 추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날 매치업은 불리했다. 상대 선발은 SK의 에이스이자, 올 시즌 KIA를 상대로 강했던 김광현이었다. 하지만 타선이 2회 홈런 두 방으로 5점을 내며 경기 양상을 주도했다. 무사 만루에서 터진 유재신의 좌월 만루홈런이 결정적이었다. 2사 후에는 나지완이 솔로포 하나를 보태며 5-1로 앞서 나갔다.
하지만 선발 한승혁의 투구가 그렇게 안정적이지 못했다. 2회 김강민에게 솔로포를 맞은 것은 그렇다 쳐도, 3회 들어 흔들렸다. 선두 로맥에게 볼넷을 내준 뒤 이재원을 병살타로 처리하며 순항 분위기를 만드는 듯 했으나 곧바로 최정에게 볼넷, 최항에게 우전안타, 김강민에게 볼넷을 내주고 2사 만루에 올렸다.
그러자 KIA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불펜을 가동했다. 첫 카드는 팻딘이었다. 올 시즌 선발로 부진한 뒤 불펜으로 간 팻딘은 최근 계속해서 구원 등판했다. 다만 3회부터 투입된 사례는 별로 없었다. 경기 중반 이후 승부처에서 대기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KIA는 곧바로 팻딘 카드를 꺼내들었다. 결과적으로 팻딘은 강승호를 삼진으로 처리하고 불을 껐다.
5회에는 역시 선발 자원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임기영을 내 6회까지 2이닝을 막았다. 지난해로 따지면 KIA는 3~5선발이 모두 마운드에 오른 셈이었다. 이날 경기에 임하는 KIA의 각오를 잘 읽을 수 있었다. 7회에는 핵심 필승조인 김윤동을 등판시켜 역시 1이닝을 막아냈다.
김윤동이 8회 김성현에게 안타, 김재현에게 볼넷을 내주자 좌완 임기준이 올라 한동민을 잡아냈다. 8회 1사 만루에서는 임기준이 이재원을 다시 삼진으로 처리했고, 가장 중요한 순간에 바턴을 이어받은 이민우가 최정을 헛스윙 삼진으로 요리하며 불을 껐다. 이민우 투입 타이밍이 사실상 승부처였는데 이민우가 자신의 몫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KIA는 7-3으로 앞선 9회 마무리 윤석민까지 안정감 있게 뒷문을 틀어막고 승리를 챙겼다. 11안타에 8개의 볼넷을 내줬으나 실점은 3점으로 막아내는 등 전체적으로 투수들의 집중력이 돋보였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