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서 뛰고 있는 권순태는 지난 3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1차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에서 팀의 3-2 역전승에 힘을 보탰다.
그러나 권순태는 전반 43분 이해할 수 없는 흥분된 비매너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가시마 골문 앞에서 수원의 공세가 이어지자 권순태는 몸싸움을 펼친 수원 임상협의 허벅지를 강하게 걷어찼다. 또 심판이 지켜보는 가운데 머리로 들이 받는 행위도 선보였다. 심판은 잠시 고민 후 옐로카드를 꺼냈다.
용인할 수 없는 문제다. 경기 도중 무례한 플레이를 펼쳤다. 비매너였고 절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다.
다만 문제는 매국노라는 이야기까지 듣는다. 경기 후 일본 취재진만 자리한 인터뷰서 권순태는 "한국팀에 지고 싶지 않았다. 특히 전 소속팀인 전북을 꺾고 올라온 팀이기 때문에 꼭 승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물론 이날 인터뷰서 한국 취재진 중 직접 들은 이는 없다. 추후 가시마 구단과 일본 프리랜서 기자의 도움으로 녹음된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문제는 심해졌다. "한국팀에 지고 싶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문제였다. 액면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된다. 도를 넘어선 비난도 이어질 수 있는 발언이다.
ACL에 큰 관심이 없던 방송들까지 집중 조명했다. 일본 축구 언론의 보도된 내용을 원문과 함께 게재하거나 보도했다. 하지만 그들도 직접 이야기를 듣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이번 경기가 열리기 전 수원 외국인 선수 데얀은 경기장을 찾은 유일한 한국 취재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ACL 4강에 올랐지만 취재진이 1명 밖에 없다는 불만이었다. 일반적으로 중국, 일본은 차치하더라도 중동 국가들의 팀도 취재진이 많이 찾는다. 그동안 한국도 한 두 매체만 방문했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이번 경기는 한 명밖에 현장에 없었다.
수원 구단 취재가 우선이었기 때문에 권순태에 신경을 쓸 수 없었다. 질문할 수 있는 기회도 없었다. 사과 같은 부분도 질문을 하는 것이 옳았지만 전혀 나오지 않았다.
프리랜서 취재진의 도움으로 녹음 파일을 들었는데 권순태는 액면적으로 그런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의미가 달랐다. 권순태만 그런 발언을 내놓은 것이 아니다. 가시마에서 함께 뛰고 있는 정승현도 일본 취재진만 참석한 인터뷰서 "한국팀에게는 이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그의 인터뷰는 기사화 되지 않았다. 특별한 내용이 없었다.
권순태와 정승현의 발언은 한국이 죽기 보다 싫어서 이기고 싶었다가 아니다. 그들의 발언을 들어보면 일본에서 뛰고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 가시마 소속으로 비록 한국 선수지만 꼭 팀에 승리를 안기겠다는 의지로 들렸다. 물론 듣는 이의 입장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질 수 있다.
문제는 국내 취재진의 기사 보다는 오히려 반대 입장의 일본 언론이 내놓은 기사만 불티나게 알려졌다. J리그에서 뛰었던 한 선수는 "비슷한 생김새를 갖고 있지만 한국 선수들은 영원한 이방인이다. 예전처럼 한국에서 최고 수준의 선수가 일본 선수들을 압도할 때와는 다르다. 살아 남기 위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 평범하게 뛴다면 가장 욕을 먹는 선수가 바로 한국 선수"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에게 권순태와 동료 선수의 인터뷰를 들려줬다. 그는 "매국노라는 말을 쉽게 한다. 그렇게 들을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오히려 통역과 일본 취재진에 대한 배려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했다.
이미 여론이 완벽하게 '매국노'로 굳혀진 상황에서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한국 취재진이 자초한 일이기 때문이다. 데얀의 말처럼 한국 취재진은 한 명 밖에 없었다. 그리고 직접 이야기를 들은 이는 없었다.
"한국 팀이기 때문에 이기고 싶었다"라는 권순태와 정승현이 한국 취재진과 인터뷰서는 어떤 이야기를 할지 궁금하다. 권순태의 에이전시 관계자도 특별한 말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지만 권순태가 그라운드에서 펼친 행동은 문제였다. 당연히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발언은 분명 다시 기회를 갖고 들어봐야 한다. / 10bird@osen.co.kr
[사진] 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