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윤재호 감독의 첫 장편 상업영화이다. 배우 이나영의 6년 만에 복귀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이 영화는 부산영화제 개막식이 열린 지난 4일 언론과 평단에 처음 공개됐다.
전작 다큐멘터리 ‘마담 B’(2016), ‘약속’(2010) 등에 이어 다시 한 번 탈북 여성과 가족, 엄마, 분단의 의미를 되짚었다.
‘뷰티풀 데이즈’는 중국의 조선족 대학생 젠첸(장동윤 분)이 병든 아버지(오광록 분)의 부탁으로 오래 전 자신들을 버리고 떠난 엄마(이나영 분)를 찾아 한국으로 와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술집을 운영하며 한국인 남자(서현우 분)와 살고 있는 엄마는 가뜩이나 원망을 가지고 자란 젠첸에게 큰 실망을 안기고, 14년 만에 나타난 아들을 예상외로 무심하게 대한다. 짧은 만남 후 중국으로 돌아간 젠첸은 오랫동안 숨겨온 엄마의 놀라운 과거를 알게 되면서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윤재호 감독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파크하얏트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2010년 만든 ‘약속’에도 조선족 아주머니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파리에서 민박집을 운영하시는데 마치 기러기 아빠처럼 외국에서 번 돈을 아들에게 보내주시더라. 그때부터 엄마와 아들, 헤어져서 사는 가족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저도 프랑스에서 13년 정도 혼자 살면서 가족과 떨어져 있었다. 그로인해 ‘왜 떨어져 있을까?’ 등 떨어져 산다는 것에 많은 질문을 하게 됐다. 이 영화에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 있다. 제 영화에는 항상 엄마에 대한 향기가 있는 느낌이다”라고 작품의 기본 재료가 된 엄마와 탈북,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윤재호 감독은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에서 탈북자들과 브로커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마담B’라는 작품이 나왔다. 자연스럽게 분단이라는 주제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다. ‘뷰티풀 데이즈’에서도 여성, 엄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다시 하게 됐다. 7~8년 동안 가족, 분단, 포옹, 화해라는 키워드를 생각하면서 작품 활동을 해왔다. 앞으로 만들 작품에서는 조금씩 변주를 하며 도전하겠지만 기본적인 주제의식은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실화를 영화로 각색하면서 ‘마담B’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이 영화를 통해 본격적으로 풀어냈다.
조선족 말투와 중국어를 구사한 이나영 10대 후반부터 30대까지 폭 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며 한층 성숙한 감정연기를 펼쳤다. 무엇보다 자신의 출연료는 영화의 제작비로 써달라며 받지 않았다.
윤 감독은 이나영의 출연에 대해 “제작사 대표님과 엄마 캐릭터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기존의 엄마 느낌이 아닌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마침 대표님이 이나영 배우를 추천했고 저 역시 좋았다. 그동안 TV와 스크린에서 본 이나영은 굉장히 독특한 느낌의 배우라는 생각을 했었다. 나약하면서도 강하게 보였다. 약해보이지만 내면에 단단한 기둥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선뜻 만나자고 했고 만나서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눴다”고 회상했다.
이어 윤재호 감독은 “이나영 선배가 ‘제작비로 쓰라’며 출연료 거절하셨다. 시나리오를 굉장히 좋게 봤다고 하시더라. 제가 제작비 얘기를 드렸는데 작품이 좋으니 출연료를 제작비에 보태라고 하더라. 사실 제가 드려봤자 얼마 되지 않았을 거다. 감사했다”고 밝혔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