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에 이어)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제작비로 3억 2천만 원 가량이 들어간 저예산 장편 상업영화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예산이라도 사전 준비, 짜임새 있는 움직임, 배우들의 연기, 연출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각본 및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파크하얏트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촬영 전에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 한 컷 한 컷을 의미 있게 찍고 싶어서 촬영 감독님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다. 저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촬영 기간 중 촬영 감독님과 매일 현장에 같이 갔다. 촬영 전 제 집 앞으로 오셔서 저를 차에 태우고 영화에 대한 얘기를 하면서 촬영장에 갔다. 돌아갈 올 때도 데려다 주셨는데 그때는 다음날 촬영할 순서 등 계속 영화에 대한 얘기만 했다. (제작비를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많은 부분에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뷰티풀 데이즈’는 지난 2017년 10월 말 첫 촬영을 시작해 같은 해 11월 말 크랭크업 했다. 15회 차를 한 달 안에 진행했기에 현장은 여유를 부릴 사이 없이 타이트하게 진행됐다고.
“저는 촬영기간 중 배우들과 수다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배우들끼리는 어땠는지는 모르겠다(웃음). 배우들이 현장에 오면 곧바로 촬영에 들어갔고, 한 촬영이 끝나면 바로 다음 분량으로 넘어 갔다. 배우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을 수도 있겠지만 저는 계속 모니터 앞에 앉아서 집중을 했다.”
대부분의 영화 촬영은 현장의 상황과 세트의 완성도를 고려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뷰티풀 데이즈’는 엄마(이나영 분)를 중심으로 과거부터 시작해 현재로 넘어오는 시간 순서대로 촬영했다.
윤 감독은 “엄마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그것을 생각해서 과거부터 촬영하고 현재로 오게 됐다. 현재 시기를 촬영할 땐 모든 스태프가 좋아했다(웃음). 엄마가 중국에 살았을 시기를 4회 차로 나눠서 파주에서 찍었는데 날씨가 너무 추워서 힘들었다. 엄청나게 추웠는데 찍고 나니 모두가 끝났다며 기뻐했다”고 전했다.
엄마는 현재 술집에서 일하고 건달 같은 남자(서현우 분)와 함께 산다. 아들 젠첸(장동윤 분)이 이렇게 살려고 우리를 떠났느냐고 울분을 토하지만, 그녀가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곤 그저 밥을 차려주는 것뿐이다. 어릴 때처럼.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한 여성이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할 고통을 따라가며 돈과 폭력, 협박 앞에 가족까지 버려야 했던 기구한 인생사를 담았다. 조선족 대학생 젠첸은 병든 아버지(오광록 분)의 부탁을 받아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찾아 한국으로 온다. 하지만 15년 만에 만난 엄마가 술집에서 일하는 모습에 크게 실망한다.
윤 감독은 “이나영 배우가 제가 생각한 가족과 엄마를 좋게 생각해주셨다. 본인이 아이를 갖지 않았을 때 이 책을 받았다면 다르게 생각했을 거 같은데 아이를 가진 엄마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 이나영의 합류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엄마의 감정선이 일직선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 말은 선을 그어 놓고 그 위에 하나씩 다른 이미지가 덮이지만, 결국 그 껍데기가 벗겨지면 하나의 선이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다. 엄마는 변함없이 항상 그대로지 않나”라고 설명했다.
“영화에 대한 정보 없이 본 관객들이라면, 젠첸이 어떤 사람을 찾아가는 건지 모를 거다. 그래서 저는 미스터리, 서스펜스를 넣고 싶었다. 그런 음악도 넣었고. 저는 젊은 관객들이 우리 영화를 많이 봤으면 좋겠다. 그런 부분을 의식하고 최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장치를 썼다. 어려운 영화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데 조금만 인내심을 갖고 보면 어려운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를 보고 가족에 대한 새로운 느낌, 가족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면 좋겠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purplish@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