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루키 강백호밖에 보이지 않는다. 탈꼴찌가 쉽지 않은 KT의 현실이다.
KT는 9일 수원 한화전에서 초반부터 자멸했다. 1회말 2사 만루 찬스에서 황재균이 제구가 흔들리던 키버스 샘슨을 상대로 3-1 유리한 카운트에서 존을 벗어난 공을 건드렸지만 3루 땅볼 아웃되며 득점을 내지 못했다. 2회초 선발 라이언 피어밴드가 김회성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기 전 지성준의 우중간 2루타도 우익수 유한준이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곧 이어진 2회말에도 2사 만루 찬스가 왔지만 멜 로하스 주니어가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나 대량 득점 기회를 날렸다. 한화 선발 샘슨은 2이닝 동안 60개 공을 던지며 힘을 뺐지만 KT의 득점은 고작 1점. 로하스는 7회말 1사 2루에서 어이없게 견제사를 당했다. 선발 피어밴드에 이어 불펜도 줄줄이 무너졌다.
7회까지 한화의 10-2 리드. 무기력의 결정체를 보인 KT의 위안거리는 강백호였다. 2회말 2사 2루에서 우전 적시타로 KT의 첫 득점을 만들어낸 강백호는 8회말 1사 1·2루에서 이태양 사대로 우측 큼지막한 스리런 홈런을 폭발했다. 투스트라이크로 불리한 카운트에도 불구하고 몸쪽 낮게 떨어진 116km 커브를 제대로 받아쳤다. 비거리가 130m일 정도로 대형 홈런이었다.
시즌 28호 홈런을 친 강백호는 2015년 김상현의 27개를 넘어 KT 국내 타자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지난 1991년 쌍방울 김기태(27개)를 넘어 신인 좌타자 최다홈런 기록도 바꿨다. 1996년 현대 박재홍의 신인 최다 30홈런 기록까지 2개만을 남겨놓았다. 잔여 4경기에 충분히 도전 가능한 기록이다.
하지만 강백호는 기록 달성의 기쁨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이날 팀이 6-10으로 패배하며 다시 10위 꼴찌로 떨어진 탓이었다. 경기 후 강백호는 구단을 통해 "홈런 기록은 신경 쓰지 않고 있다. 팀이 꼴찌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즌 마지막 경기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팬들께서 구장을 많이 찾아주실 것이다"는 의젓한 코멘트를 전했다.
9일까지 KT는 56승81패3무 승률 4할9리로 9위 NC(58승83패1무·.411)에 승률 2리 차이로 뒤져있다. NC보다 2경기 더 많은 4경기가 남은 KT는 4경기를 모두 이겨야 자력으로 탈꼴찌가 가능하다. 10일 사직 롯데전 더블헤더가 관건이다. 5위 싸움을 하는 롯데의 동기부여가 만만치 않다. 12일 수원 넥센전도 한화의 결과에 따라 넥센의 3위 도전이 걸린 경기다. 13일 최종전 잠실 두산전도 상대가 1위팀인 만큼 쉽게 볼 수 없다.
만약 KT가 올해도 10위에 벗어나지 못하면 최초로 창단 후 4년 연속 꼴찌 불명예를 쓰게 된다. KBO리그 역사로 봐도 지난 2001~2004년 4년 연속 8위로 꼴찌였던 롯데 다음가는 흑역사를 쓰게 된다. 이처럼 팀이 암울한 상황에서 강백호의 고군분투는 더욱 눈에 띈다. 무기력한 경기에 지친 KT 팬들이지만 강백호 보는 맛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waw@osen.co.kr
[사진] 수원=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