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천, 자랑스러운 아들"
'엄마 나 왔어' 홍석천이 자신의 커밍아웃으로 받았던 상처를 꺼냈다. 본인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아픈 일이었지만 함께 보듬은 덕에 이젠 활짝 웃을 수 있게 됐다.
11일 방송된 tvN '엄마 나 왔어' 3회에서 홍석천은 고향인 충북 청양에서 3일째를 맞이했다. 고향집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던 적이 없었다고 할 정도로 그에게는 청양보다 서울 스타일이 편했다. 하지만 자신이 와서 행복해하는 부모님을 보며 그 역시 미소 지었다.
홍석천은 3녀 1남 중 막내로 태어났다. 첫째 누나는 어렸을 때 하늘나라에 갔고 홍석천은 아들이 귀한 집의 막내로 사랑 받고 자랐다. 그의 모친이 "내 나이 36살에 아들 홍석천을 낳고 시어머니한테 대우를 받았다. 네가 효자다. 그렇게 내가 슬픔을 당했어도 네가 기쁨을 줬다. 나한텐 정말 소중한 아들이다. 내 운명을 바꾼 아들"이라고 말할 정도.
하지만 그런 아들인 홍석천은 2000년 9월, 시트콤 등 각종 코믹한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던 중 남자 친구가 있다며 커밍아웃했다. 당시 그의 발언은 세간을 들썩이게 하며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고 홍석천은 대한민국 연예인 최초 동성애자 커밍아웃을 한 타이틀을 얻게 됐다.
응원도 있었지만 당시 시대적인 분위기에서 홍석천은 큰 비난과 손가락질을 받았다. 홍석천은 가족사진을 보며 "커밍아웃 하고 4년간 힘들었다. 잘 풀리기 시작했을 때 찍은 사진"이라고 말했다. 모친은 "엄마는 그때 몰랐다. 똑똑한 우리 아들이 연예인돼서 잘나가는 줄만 알았지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답했다.
홍석천은 커밍아웃 후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크게 힘들어했고 그의 곁을 지킨 건 역시나 가족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엄마가 서울에서 나랑 일주일을 살았다. 내가 안 좋은 선택을 할까 봐 그런 것 같더라. 엄마한테 왜 안 가냐고 물었는데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밥 밖에 없다며 내 곁을 지켜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선언하기 전까지도 가족들은 그의 성 정체성을 몰랐다고. 부친은 "변호사도 몰래 만났다. 이미 본인이 얘기해서 기사가 나간 거라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도 보도를 뒤집어 보려고 애썼다"고 회상했다. 홍석천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해 그렇게까지 했다는 사실을 처음 듣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모친은 "내가 낳고 키웠으니까 어디 부족한 데가 없다. 아들로 태어났고 키웠는데 왜 그런가 안 믿겼다"면서 "지금 사람들은 그 때를 잊고 너를 보는데 또 그 때의 생각이 떠오르면 어떡하냐. 좋은 얘기만 하자"고 대화를 정리했다. 그 정도로 홍석천 당사자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타인의 차가운 시선은 아픔으로 남아 있었다.
홍석천은 "그 때 '엄마한테 남자인 아들이 사랑하는 사람이 남자예요'라고 얘기했다. 그랬더니 '남자들끼리 좋아하는 건 우정이지 뭐가 문제야'라고 하시더라. 어렵게 낳은 아들이라 대가 끊긴다는 걱정까지 하셨다. 그래서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텐데 지금은 많이 이해해주신다"고 뭉클하게 말했다.
딸 셋을 연달아 낳아 시어머니한테 구박 받고 쫓겨나기까지 한 모친이다. 아들이 태어나서 이제야 제대로 시댁에 기를 펴게 됐는데 그런 소중한 아들이 남자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했으니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을 터. 홍석천 역시 이를 잘 알기에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큰 듯했다.
그러나 이제 홍석천의 가족들은 모두 그를 이해하고 보듬어주고 있다. 대중의 시선 역시 18년 전에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부드러워졌다. 홍석천이 가족들의 사랑 속에 힘든 시간을 버티고 상처를 치료한 덕분이다. 이들 가족에게 이제 웃을 일만 남았다. /comet568@osen.co.kr
[사진] '엄마 나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