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구다언] 'K리그-아빠' 자존심 지킨 이한샘, 선배에 큰 선물
OSEN 우충원 기자
발행 2018.10.15 06: 23

#지난 9월 20일 리그 경기를 위해 숙소에 머물던 이한샘은 늦은 시간 선배에게 연락을 받았다. 승부조작과 관련된 연락이었다. 선배를 이야기를 나눈 이한샘은 곧바로 자신의 대리인에게 연락했다. 대리인은 무조건 신고하라고 설명했다. 다른 생각 말고 감독과 구단에게 연락하라고 거듭 말했다. 이한샘 역시 고민하지 않았다. 자신에게 온 제안은 절대 받아서도 안되고 받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
이한샘은 늦은 시간이었지만 박동혁 감독에게 그대로 전달했다. 오히려 자신이 경기에 뛰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도 했다. 박 감독은 구단에게 상황을 전달했고 연맹과 함께 처리했다.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던 장학영이 승부조작 혐의로 구속됐다. 장학영은 지난달 20일 부산의 한 호텔에서 K리그 2 아산 무궁화 소속인 이한샘에게 다음날 경기서 전반 20분 이내에 퇴장을 당하면 5000만 원을 주겠다고 제의했다. 그러나 이한샘은 제의를 거부한 뒤 절차를 밟았다. 이한샘의 빠른 조처로 장학영은 곧바로 체포됐다.

지난 2011년 한국 프로스포츠는 홍역을 앓았다. 프로 스포츠 전반에 퍼진 승부조작 때문에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대국민 사과까지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 이후 연맹은 부정행위 방지 교육과 정기 워크숍을 열고 K리그 클린센터 핫라인 등을 운용하며 승부조작을 예방하고 있다.
그동안 폭발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주목을 받지는 못했던 이한샘은 프로 선수가 갖춰야 할 덕목을 제대로 증명했다. 비록 프로 스포츠지만 군입대로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한샘은 K리그 구성원으로 승부조작 제의를 뿌리쳤다.
일처리도 확실했다. 잠시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취를 취했다. 5000만 원이라는 거금에 유혹되지 않기 위해 이한샘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잠깐 눈을 감는다면 현재 받는 연봉과 비교할 수 없는 돈이었지만 프로 선수로써 자부심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아내와 아들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안된다고 결심했다.
큰 어려움을 경험한 연맹도 도움이 됐다. 연중 24시간 동안 부정행위 징후 발견시 즉시 신고 가능한 클린센터 및 핫라인을 운영했다. 이한샘이 제의를 받았던 새벽에도 핫라인을 통해 감독과 구단이 곧바로 신고했다.
물론 포상을 바란 것이 아니다. 이한샘은 "프로 선수의 자존심과 자부심 그리고 가족을 위해 결정했다"고 짧게 설명했다.
뼈를 깎는 자정 노력에도 여전히 승부조작은 이루어 지고 있다. 하지만 이한샘처럼 자부심을 갖고 임해야 한다. 그는 국가대표까지 지낸 선배에게 제대로 된 선물을 했다. / 10bird@osen.co.kr
[사진] 연맹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