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전액 기부"..'마이웨이' 이광기, 아들 보낸 父의 눈물 고백[Oh!쎈 레터]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8.10.19 10: 34

 아들을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배우 이광기가 그간의 속내를 고백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어느 덧 9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18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시사교양 ‘인생다큐-마이웨이’에는 사진작가로 변신한 배우 이광기의 일상이 그려졌다. 그는 “아들에게 고맙다. 우리 석규가 내가 예전에 바라보지 못했던 방향까지 바라보게 해줬다”고 말했다.
그의 작업실은 아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사진, 물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2009년 당시 7살 이었던 아들 석규 군은 그 해 번진 바이러스 신종플루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 이광기는 “당시에는 아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왜 하필 우리 아이가 우리 곁을 떠났나’ 싶었다. 연예, 사회부를 넘어 심지어 해외까지 소식이 나갈 정도였다”며 “그땐 ‘왜 나 가정에? 왜 하필이면 내 아이일까?’라는 생각에 세상이 원망스러웠다.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우리 가족의 슬픔으로 끝났을 텐데 전 국민이 아는 일이 되니 나를 짓누르는 게 더 컸다”고 눈물을 흘리며 고백했다.

그는 “아내와 제가 죄 짓는 느낌이었다. 갑작스럽게 아이를 보냈기 때문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아이가 멀쩡했다. 치료하면 낫겠지 싶었는데 아이가 응급실에 들어가고 내가 보는 앞에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내가 보는 앞에서 그냥 떠났다. 그때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그냥 나도 모르게 주저앉아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울었다”고 회상했다.
아들의 죽음에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감사한 마음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별을 보며 감사함을 느꼈다. 저 중에 가장 예쁜 별이 우리 아들 같았다”며 “아이가 7살에 갔으니. ‘제일 예쁜 모습만 내 기억 속에 남겨 두셨네’ ‘가장 아름다운 모습만 남겨 두셨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자신의 기억 속에 가장 예쁜 모습만 남아있어 고맙다고 했다. 이광기는 “아들 보험금을 쓸 수 없어 전액 기부했다”고 밝혔다.
34년 차 연기자인 이광기는 사진작가로 변신해 최근 스튜디오를 오픈했다. “대출이라는 친구가 끊임없이 저를 도와주고 있다(웃음). 요즘 이자를 많이 받아가서 그렇지”라고 말해 웃음을 남겼다.
이광기는 1년 넘게 준비해온 스튜디오를 오픈하며 친한 지인들을 초대했다. 아내 박지영 씨는 “제가 스튜디오 살림 다 한다. 남편은 밖으로 돌아다니시고 저는 살림을 책임진다”고 소개했다. 그는 스튜디오를 연 이유에 대해 “오래 전부터 사진, 그림을 좋아해왔다. 사람들이 몰랐을 뿐이지 저 혼자서만 즐겨왔었다”며 “이제는 다 같이 즐기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일로 나누고 싶다. 관심을 갖고 행동으로 옮기고 싶다”고 말했다.
이광기의 우려와 달리 많은 연예계 지인들이 찾아와 그의 변신을 축하해줬다. 이날 방송인 조형기, 배우 송기윤 견미리, 아나운서 한석준 이숙영 등이 이광기의 사업을 축하해줬다. “틈새 시장을 잘 노리신 거 같다. 앞으로 잘 될 거 같다”는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모든 지인들이 그의 변신을 축하해 준 것은 배우로서 그가 노력해온 결과일 터.
1985년 16살의 어린 나이에 드라마 ‘해 돋는 언덕’으로 데뷔한 이광기는 햇수로 데뷔 34년차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 인생은 순탄치 못했다고. “15년 동안 될 듯 하면서 안 됐다. 군대 가기 전에는 어느 정도 될 거 같았는데 군대를 갔다 와 보니 다시 원점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2000년 방송된 드라마 ‘태조 왕건’에서 신검 역을 맡아 배우로서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광기는 “저는 뒤로 물러서는 순간 낭떠러지였기 때문에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 정신으로 했다”고 말했다. 15년의 무명 생활을 거친 그는 2001년 KBS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았다.
아버지로서 어린 아들을 보낸 이광기의 몸부림은 눈물겹고 처절했지만, 그럼에도 특유의 유머와 낙관주의로 꿈과 희망을 안겼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후원하는 그의 선한 마음이 힘든 세상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큰 감동을 안기고 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마이웨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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