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해적’의 철봉이 캐릭터랑 잘 맞는다고 생각하죠(웃음). 서울대라니. 물론 같은 ‘서울’예술대학이긴 한데(웃음).”
배우 유해진은 25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같은 말로 자신의 캐릭터와 이미지를 표현했다. 그는 이어 “대중이 제가 서울대 출신이 아니란 걸 알고, (공부와)거리가 멀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극중 ‘서울대 출신’이라는 캐릭터와 안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감독님에게 ‘그냥 명문대 출신으로 바꿔주면 안 되겠느냐’고 물어봤었다”라고 밝혔다.
배우 유해진이 올 봄 개봉한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 이후 5개월 만에 영화 ‘완벽한 타인’으로 스크린에 컴백했다. 전작에서 전직 레슬링 선수였던 그가 이번에는 서울대 출신 변호사 태수로 완벽하게 탈바꿈했다. 서울대 출신은 괜한 기우였다.

이달 31일 개봉하는 ‘완벽한 타인’(감독 이재규,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필름몬스터, 공동제작 드라마하우스)은 초등학교 동창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난 커플 모임에서 제한된 시간동안 각자의 휴대전화로 수신된 문자, 카톡, 전화 등을 강제로 공개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장르의 영화이다.
일명 ‘핸드폰 잠금해제 게임’이라는 영화에서 볼 수 없던 소재를 사용했는데 누구에게나 생활에 밀착된 핸드폰을 통해 비밀은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한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등 폐인 양성 드라마의 대가로 꼽힌 이재규 감독의 ‘역린’ 이후 4년만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유해진은 수현(염정아 분)의 남편이자 세 아이의 아빠 태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요즘은 같은 소재의 영화들이 많은데 이 영화는 그렇지 않은 거 같아서 하게 됐다. 이런 작은 얘기도 필요하단 생각이다. 더군다나 재미있는 시나리오가 마음에 들었고 쉽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야외 촬영이 많은 작품에 비해 비교적)여유 있게 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쉽진 않았다. 거저먹는 건 없는 거 같다. 성격상 무엇을 하든 막하는 편은 아닌데 (이야기가)엉성하지 않게 흘러가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고 연기적 방향성을 밝혔다.
유해진을 비롯한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윤경호 등 주연 배우들은 사전준비에 이어 한 달간의 촬영 기간 동안 영화 속 촬영지인 전라도 광주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친해졌다고 한다. 이 같은 노력 덕분인지 영화를 보면 마치 실제 친구인 듯한 절친한 케미스트리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유해진과 윤경호의 차진 코믹 연기가 돋보여 큰 웃음을 안겼다. 이에 유해진은 “제가 애드리브를 많이 하진 않는다. 짜인 얘기에서 벗어나면 안 되기 때문에 그 장면에 적절한 말을 찾는 거다. 그 안에서 필요한 것을 찾는 것이지, 순간적으로 생각난 것들을 말하는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 차례가 됐을 때 상대배우에게 피해가 가지 않은 선에서 적절한 말들을 찾는 거다. 가령 ‘커피’에서 ‘둥글레차’로 바꾸는 식이랄까. 합의하고 하는 거지 제가 순간적으로 (웃긴 말을) 던지는 건 아니다. 애드리브는 상대 배우에 대한 매너가 아니다. 현장에서 좋은 생각이 나면 ‘난 이렇게 하고 싶은데 너희들은 어떠니?’라고 묻고 ‘괜찮다. 그럼 난 이렇게 하겠다’는 합의를 하고 나서 한 장면을 만드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1997년 영화 ‘블랙잭’으로 데뷔한 유해진은 햇수로 활동 22년차 대선배의 위치에 올랐지만, 후배들에게 이런 저런 가르침을 주기보다 스스로 생각한 것들을 펼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저는 꼰대가 되고 싶지 않다(웃음). 그렇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그렇게 돼가고 있는 거 같기도 해서 걱정된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유해진은 “사람들이 제가 책을 많이 읽고 클래식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시지만, 사실 저는 와인보다 소주를 좋아한다”며 “요즘엔 작품 시나리오만 보다보니 책을 못 읽는지 꽤 시간이 흘렀다. 핑계이기도 하지만(웃음). 솔직히 책보다 시나리오만 읽은 지 꽤 됐다. 제가 그렇게 고급진 이미지는 아니다”라고 자평했다.

이어 그는 “매너리즘에 빠질 때도 있다. 저도 인간인지라 그럴 때마다 허우적거리는데 쉽게 헤어 나오긴 어려운 거 같다. 그래도 극복하기 위한 나름의 노력은 한다. 하루라도 빨리 깨어나려고 육체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며 “저만의 방법은 스스로 들들 볶는 수밖에 없는 거 같다. 그렇지 않으려도 노력해도 자꾸 스스로 괴롭히는 거 같다”라고 자신의 성격을 전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한 외모의 소유자인 유해진은 실제로 이 같은 이미지를 이용한 소시민 캐릭터로 많이 출연했지만, ‘완벽한 타인’ 변호사처럼 스마트한 엘리트 역할로 출연해 색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워낙 기본기가 탄탄하다 보니 어떤 캐릭터도 잘 소화하는 것이다.
유해진은 작품에 임하는 자세에 대해 “배역에 대해 나부터 믿어야 한다고 본다. 물음표로 시작하면 관객들도 물음표를 갖게 된다. 하기로 했으면 믿음을 갖고, 끝내고 나서 내가 했던 것들이 맞는지 다시 생각을 하면 된다. 이번 작품도 (모든 홍보 활동 및 극장 상영 등을)끝나고 나서 내가 잘 한 건지, 한 게 맞는 건지 생각해볼 거 같다. (일련의 행동들이) 다음 작품에 영향을 주긴 한다”라고 전했다./ purplish@osen.co.kr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