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리포트] “이번이 마지막 기회” 절박한 김성현, 자청해 캠프에 온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8.11.18 14: 13

하지 않으려고 해도 실책은 나왔다. 경기 흐름이 뒤집어지고, 이는 김성현(31·SK)의 어깨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너 때문에 경기에서 졌다”는 팬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심리적 부담을 쉽게 이겨내지 못했다.
김성현을 지도한 코치들은 모두 “수비가 뛰어난 선수”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스텝이 좋음은 물론 빠르고, 어깨는 KBO 리그 유격수 중에서도 탑클래스다. 송태일 SK 육성그룹장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그 작은 체구로 138㎞를 던지던 선수였다. 주루 중 어깨 부상을 당해서 그렇지, 지금보다 더 좋은 어깨를 가졌던 선수”라고 회상한다. 모든 감독들이 ‘유격수 김성현’에 미련을 뒀던 이유다. 하지만 좀처럼 실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심리적인 위축이 컸다. 김성현은 “잘 하는 선수들은 한 번 실책이 나와도 그러려니 한다. 그런데 못하는 선수들은 실책을 하면 ‘또 에러를 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도 이런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내가 실책을 하면 실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이런 이미지를 알고 있다. 그런 것이 많이 신경 쓰였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그런 김성현은 유격수 포지션을 반납하고 2루로 뛰기도 했다. 하지만 가슴 속에는 아직 유격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었다. 남몰래 유격수 훈련을 했을 정도였다. 그리고 기회가 왔다. 시즌 중반 키스톤 콤비의 수비력, 좌익수의 송구 능력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트레이 힐만 SK 감독이 김성현을 다시 유격수로 기용하기 시작했다. 시즌 끝까지 그 자리를 지켰고, 끝내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공을 세웠다.
실책도 있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호수비가 더 많았다. 특히 3·유간 깊은 어려운 타구를 곧잘 처리하면서 상대의 기를 꺾었다. 타격에서도 결정적인 순간 뭔가를 해냈다. 팬들의 인식도 자연히 조금은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김성현은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한다. 김성현은 “잘 하려고 했는데 그래도 실책이 나오고 했다. 아쉽다. 안 아쉬운 게 없는데 특히 수비 부분에서 아쉬운 것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 아쉬움을 풀어내기 위해 선택한 것이 팀의 가고시마 마무리캠프였다. 사실 한국시리즈까지 치르느라 김성현과 같은 주전 선수들은 체력이 바닥이다. 이번 캠프에 오지 않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김성현은 우승의 달콤함을 털어내고 일어섰다. 김성현은 “우승 후 야수들끼리 여행을 가기로 되어 있었다. 때문에 한국시리즈 우승 직후에는 캠프에 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여행이 취소됐다. 그러면 가고시마에 가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18일부터 본격적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는 김성현은 타격은 신경 쓰지 않고 수비 훈련에 매진 중이다. 김성현은 “수비 훈련을 하기 위해 왔는데, 감독님이 기본을 많이 강조하신다. 사실 다 알고 있는 것이기는 한데, 너무나 당연해서 그냥 지나쳤던 부분들이 있다. 그런 것들부터 다시 시작할 것이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훈련”이라고 연신 의미를 되새겼다.
‘유격수 김성현’은 어쩌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일 수도 있다. 김성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스스로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한다. 김성현은 “사실 후배들을 보면 위기감을 많이 느낀다. 요즘 2루수는 공격도 갖추는 게 트렌드다. 때문에 내가 유격수를 잘 소화하면 나도 좋고, 팀도 좋다”면서 “내년에 정말 잘해야 한다. 수비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캠프 참가가 어려웠던 이유는 또 있다. 둘째의 출산을 앞두고 있어서다. 예정일이 가까워져 조만간 한국으로 들어간다. 하지만 출산을 보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훈련에 임할 예정이다. 그만큼 절박하게 내년을 준비하고 있는 김성현이다. 자신을 가뒀던 이미지에서 벗어나 롱런의 기틀을 만들어 가야 한다. 다만 캠프 자청에서 보듯, 의지는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대개 이런 의지는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가고시마=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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