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③에 이어) 배우 김혜수가 캐릭터의 비중이 많고 적음을 떠나 배우 유아인이 ‘국가부도의 날’을 차기작으로 선택해준 것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감독 최국희, 제공배급 CJ엔터테인먼트, 제작 영화사 집)은 재정국 차관과 경제 수석들이 우왕좌왕하거나 이익을 차리는 동안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가족과 회사를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까지 1997년 IMF 외환위기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국가부도의 날’은 실제 외환위기 당시 비공개로 운영됐던 대책팀이 있었다는 한 줄의 기사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이다. 시나리오를 읽은 배우들이 실제를 능가하는 디테일한 상황에 분노하고 동요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 출연을 결정했다. 김혜수는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을, 유아인은 금융맨 윤정학을 연기했다. 한국은행 정책팀장 한시현, 회사원 갑수, 재정국 차관 등에 비해 윤정학의 출연 비중이 많지 않다.
김혜수는 20일 오전 서울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유아인에게 고마운 게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김혜수는 “(한시현, 갑수, 재정국 차관 등)어떤 캐릭터가 먼저인 게 중요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배우들이 (그 순서와 비중을)인식하지 않을 수 없나보더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남자 배우들이 윤정학 캐릭터를 제안 받고 고심했다는 후문. 김혜수는 그러면서 “유아인이 역할의 크기를 떠나 출연을 결정해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시현은 차관, 경제수석 앞에서도 이익을 차리지 않고 자신의 할 말을 다하는 사람이다. 열망을 담은 판타지 같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성과 감성이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공존하는 인물인데, 카리스마 넘치는 김혜수와 제격이다.
국가부도의 상황을 예견하고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진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중심으로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비공개 대책팀, 그리고 과감히 국가부도의 위기에 투자하는 윤정학(유아인 분)과 무방비 상태로 직격타를 맞게 된 서민 갑수(허준호 분) 등 당시를 대변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구성을 통해 각기 다른 기억으로 내재된 1997년을 되짚는다.
통화정책팀장 한시현을 연기한 김혜수는 “제 조카가 초등학교 6학년이다. 그동안 보여줄 영화가 많이 없었다(웃음). 그래서 그런지 조카는 제가 TV(드라마)에 나오는 걸 더 좋아한다”면서 “어제 처음으로 영화 시사회에 불러봤다. ‘어땠느냐’고 물으니 아빠에게 당시의 상황을 물어보더라. 또 검색도 해봤다고 하더라. ‘다른 친구들과 영화를 또 볼 거다’라는 답변을 해줘서 뭔가 뭉클한 감정을 느꼈다. 제가 결혼을 안 해봐서 모르는데 (결혼을 한 사람들은)아기가 생기면서 많은 변화가 생기지 않나. 가령 친구들이 ‘나도 엄마가 돼보니까~’ 이런 말을 하더라. 제가 아이는 없지만 조카 덕분에 이런 감정을 느껴보니 뭔가 감회가 남다르다”는 소감을 전했다./ purpli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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