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능성만 따지고 봐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깜짝소식이었다. 콩두 컴퍼니로 출발해서 스틸에잇으로 거듭난 국내 첫 e스포츠 전문회사의 '거물' 프로게임단 그리핀 인수과정은 그야말로 '007 작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극비 였다. 여기다가 속도전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진행됐다.
스틸에잇은 22일 오후 2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 프로게임단 그리핀의 인수 사실을 밝혔다.
그리핀은 2019시즌을 앞둔 LCK 프로게임단들 중 거래 매물로는 최고의 가치를 지닌 팀이었다. 이미 챌린저스 시절 승강전 진출이 결정된 이후부터 관계자들의 입소문을 탈 정도로 초미의 관심 대상이었다.
가치는 성적에 따라 급등했다. 2017년 LOL 챌린저스 팀을 창단 후 단 1년만이라는 역대 챌린저스 승격팀들 중 유례없는 성과를 보이면서 LCK무대에 입성했다. 당시 50억원의 평가를 받았던 팀의 가치는 승격 이후 그대로 80억원까지 올라갔다.
그리핀의 관심을 보이던 회사의 숫자도 저절로 늘어났다. 국내에서도 두 곳이 달려들었고, 챌린저스 시절부터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던 중국 시장에서도 3곳이 달려들었다. 일부 회사에서는 전체 인수가 아닌 부분적인 지분 인수 의사까지 밝히면서 그리핀에 대한 구애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그리핀의 가치는 마침내 100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북미를 대표하는 기업에서도 제안할 정도로 그리핀의 가치는 높아졌다. 스틸에잇 이전까지 제안했던 회사의 숫자는 일곱 업체.
이런 시장 분위기 속에서 가능성만 따지면 스틸에잇의 인수 가능성은 정말 희박했다. 그러나 앞의 회사들과 달리 그리핀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인수에 대한 이야기가 급물살을 탔다.
우선 '그리핀'이라는 팀명을 유지하면서 스틸에잇 산하의 프로게임단들에 대한 글로벌 팬덤 구축에 대한 투자 계획이 조규남 대표의 마음을 잡았고, 조규남 대표의 육성방침이라면 믿고 맡기겠다는 서경종 대표의 굳은 믿음이 함께 하면서 진척이 더욱 빨라졌다.
조규남 대표는 "인수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간은 한 달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서경종 대표와는 스타크래프트 시절부터 알고 있었고, 그리핀에 관련된 비즈니스를 진행하면서 계속 만남을 가져왔었다. 서로 도움되는부분들 공유하고 이야기는 많이해서 잘알고 있어서 이야기가 쉽게 잘 풀렸다"라고 말했다.
외부에는 철저하게 비밀로 진행됐다. 정확한 인수 대금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실무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은 기간을 감안하면 속전속결로 일이 진행됐다. 선수단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 조규남 대표의 설명.
스틸에잇이라는 엔진을 장착한 그리핀이 2019시즌 LCK에서 어떻게 활약할지 기대해본다.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