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비난하기 전에 자신을 돌아보라."
악수를 거부한 이유가 있었다. 박항서(59) 감독은 자신을 비난한 미얀마의 안토니 헤이(48) 감독을 매너있게 꾸짖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끌고 있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은 지난 20일(한국시간) 미얀마 양곤 뚜완나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미얀마와의 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이로써 베트남은 2승1무로 같지만 다득점에 밀린 미얀마에 이어 조 2위를 유지했다. 이제 베트남은 오는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캄보디아(1승2패)를 상대로 4강행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이날 경기는 선수 뿐 아니라 벤치 대결도 뜨거웠다. 박 감독과 헤이 감독은 이날 경기 내내 신경전을 펼쳤다. 막판에는 박 감독이 헤이 감독과의 악수마저 거부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헤이 감독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박 감독이 악수를 거부한 것과 관련해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박 감독을 비난하고 나섰다. 경기가 끝난 후 악수를 거부한 박 감독에 대한 불만이었다.
이에 박 감독은 23일 베트남 매체 '징'과의 인터뷰에서 왜 자신이 헤이 감독과 악수 없이 경기장을 떠났는지 설명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헤이 감독의 결정에 대해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박 감독은 "신문을 읽고 나서야 미얀마 감독이 SNS에 뭔가 썼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그가 그런 조언을 해줘서 감사하다"면서도 "하지만 누구를 비난하고 꾸짖기 전에 미얀마와의 경기를 돌아봐야 한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박 감독에 따르면 경기 도중 베트남의 공격수 응우옌 꽁 푸엉이 미얀마 선수와 충돌해 넘어져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때 헤이 감독은 상대 선수인 꽁 푸엉을 향해 뭔가를 계속 말하면서 박 감독을 화나게 만들었다.
박 감독은 "그런 행위는 아름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무슨 말이 하고 싶은 지 선수에게 하지 말고 내게 말하라'고 외쳤다. 하지만 그는 나를 무시한 채 계속 우리 선수를 괴롭혔다. 그래서 그와의 악수를 거부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 박 감독은 "미얀마 감독은 누구를 비난하기 전에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다. 그는 그가 한 행동을 돌아봐야 한다. 내일부터 축구의 기본 규칙, 특히 경기장에서 지켜야 할 것을 살펴보기 바란다"면서 프로답지 못한 행동을 누가 먼저 했는지 생각해보라며 헤이 감독에게 따끔한 일침을 날렸다. /letmeout@osen.co.kr
[사진] AFF 스즈키컵 2018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