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상벌위원회가 모처럼 ‘포상’을 놓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이영하(21·두산)의 용기는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KBO 리그 역사에 획을 그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KBO는 27일 서울 도곡동 KBO 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열고 이영하에 대한 포상을 결정했다. 이영하는 지난 4월 승부조작 제안을 받고 이를 자진신고한 이영하에 대해 KBO 규약 제152조를 적용해 50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영하는 올해 승부조작 브로커로부터 “경기 첫 볼넷을 내주면 500만 원을 주겠다”는 제의를 받았으나 이를 거부했다. 그 자체로도 모험이 되는 행동이었지만, 이영하는 한 발 더 나아가 이 사실을 두산 구단에 신고했다. KBO는 이영하의 신고 덕에 이 제보와 관련된 수사를 경찰에 의뢰할 수 있었다. 이영하가 승부조작에 대처하는 모범답안을 제대로 보여준 셈이다.

규약에 따르면 이런 이영하의 올바른 처신은 최대 1억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간 승부조작 자진신고 사례가 없어 포상금의 명백한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이날 상벌위가 3시간가량의 마라톤으로 이어진 것도 이영하의 포상금 규모 때문이었다.
KBO 관계자는 “당초 5000만 원보다는 조금 적은 액수를 생각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벌위 내부에서 “뭔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며 포상금 규모를 상향할 것을 결의했고 최종 결재권자인 정운찬 총재도 이에 동의했다. 결국 상한액의 절반 수준인 5000만 원으로 결정됐다.
이영하의 올해 연봉은 4200만 원이다. 한 번의 옳은 행동이 자신의 연봉보다 더 많은 포상금을 부른 셈이다. 덩달아 자신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한편으로는 리그 전체에 큰 의미가 부여됐다는 시각도 있다. 승부조작 브로커들은 연봉이 적은 저연차 선수를 노린다. 금전적 유혹을 느끼기 쉬운 선수들이다. 한 해에 몇 억씩을 버는 슈퍼스타들은 승부조작의 대가로 주어지는 돈이 푼돈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어린 선수들은 다르다. 볼넷 하나 주면 한 달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받다. 그간 승부조작 사례에서 저연봉 선수들이 집중적으로 연루된 이유다.
하지만 이영하의 사례로 선수들이 느끼는 것이 많아질 전망이다. 용기를 가지고 유혹을 뿌리치면 ‘5000만 원’ 상당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KBO가 이영하의 포상금 규모를 높여 잡은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영하의 용기는 향후 승부조작의 유혹에 빠질 수 있는 선수들에게 모범적인 가이드라인을, 승부조작을 생각하고 있는 브로커들에게는 경각심을 남겼다. KBO 리그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셈이다. /skullboy@osen.co.kr